[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바다에다 폐기물을 버린다고 하면 저부터 기분이 언짢아지니 해양배출에 대한 국민정서가 어떨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성묘 해양배출협회 전무)
국토해양부는 지난 29일 런던의정서의 협약사항을 명분으로 내년부터 하수슬러지 등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전면금지한다고 입법예고했지만 '바다와 국격'을 지킨다는 국토부의 슬로건은 상당부분이 허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등 국제법이 규정하고 있는 폐기물의 육상처리 원칙에 따라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오히려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과대적용'이라는 비판이다.
◇ 국토부, 런던의정서 조항 왜곡 전달..`지나친 규제`
장성묘 해양배출협회 전무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부가 협약내용을 왜곡시켜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런던의정서를 비롯한 국제협약에는 해양배출 가능한 물질들이 엄연히 정해져있고, 해양배출업체들은 그 규정을 철저히 엄수해왔는데 마치 자신들을 바다오염의 주범처럼 몰고 간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런던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하수슬러지(음폐수, 가축분뇨 포함)는 적절한 화학처리과정과 배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면 해양배출이 가능하다. 즉 내년부터 해양배출을 전면중단한다는 국토부 방침은 국제협약상의 의무보다 지나친 초과규제라는 뜻이다.
장 전무는 "가공 및 화학처리된 폐기물이 적절한 양과 투기범위 등을 고려해 배출되면 해역에 오히려 영양을 보급하는 차원이 된다"며 "환경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직접 조사했으니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부산환경기술개발원과 부경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폐기물에 포함돼 있는 생물분해성 유기화합물은 해양생물들에 의해 상당히 빠른 기간에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물질의 분해로 발생되는 영양염은 해양생물의 먹이가 돼 생산성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분해될 수 있는 유기물을 적절한 양만큼만 투기한다면 해양은 투기장으로 매우 유용하며 생태계 보존의 측면에서도 안전한 장소가 된다.
이와 관련해 장 전무는 "정부 입장만 보면 해양배출은 안되고 4대강, 간척사업, 조력발전사업은 괜찮다는건데 말이 안된다"며 "해양배출은 규정만 잘 지킨다면 오염수준도 극히 미미하고 중장기적은 측면에서 오히려 생태계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 런던협약 일부 국가에 유리..기술후진국에 `불공정협약` 강요
런던 협약 당사국 회의 내에서 이른바 선진국들의 기술후진국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협약 강요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만 우리 정부는 마치 그들 국가의 `푸들` 같다.
해양오염과 관련된 국제협약이 존재하지 않던 지난 수십여년간 막대한 폐기물을 해양에 배출해온 선진국들이 이제 자국의 육상폐기물 처리능력이 완전해지자 기술후진국들에게 불공정한 협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국제협약 자체가 당사국들 중 발언권이 강한 몇몇 국가들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석모 한국생태공학회 회장은 "런던의정서가 배출금지 목록으로 정해놓은 물질들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랜 기술개발로 인해 완벽하게 육상처리가 가능해진 물질"이라고 문제 삼았다.
그는 또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배출금지목록을 정하려면 자원화기술이나 폐기물 정화와 관련된 적정기술을 후진국이나 저개발국에 지원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관리공단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 가장 많은 하수슬러지를 해양배출 해온 영국은 2005년 이전까지는 연간 1000만톤 이상의 하수슬러지를 해양에 배출해왔다.
공단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사막이나 불모지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매립에 의존하고 있지만 몇몇 국가들에서 매립한 폐기물은 침출수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바다로 둘러쌓여 있거나 국토면적상 육상매립이 여의치 않은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은 육상처리시설이 불충분했던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해양배출을 당연시해왔다"고 말했다.
◇ "해양배출 전면금지는 기술투자와 함께 단계적으로"
영국은 지난 1995년까지 전체 폐기물 처리의 30%를 담당하던 해양배출을 0%까지 단계적으로 단축시키는데에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여기에 육상처리시설 및 자원화기술을 개발해 각종 폐기물이 전량 육상에서 처리가능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을 합하면 최소 30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친 셈이다.
일본은 90년대 후반까지 전체 하수슬러지의 60% 가량을 육상매립이나 해양매립을 통해 처리해왔다. 이후 기술투자를 통해 하수슬러지의 자원화, 토양환원 및 건축자재이용 비율을 꾸준히 높여 현재는 국토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이 육상처리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양협회는 "일본은 자원화 기술이 선진화돼 있어서 해양배출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있을 뿐이며 일본에도 법적으로 해양배출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면서 "아직도 배출해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역시 폐기물의 자원화 및 육상처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년 이상 준비해왔고, 해양배출을 감축하는 과정에서도 7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석모 회장은 "유럽에서는 60~70년간 아무런 대책없이 해양폐기물을 버려왔고 그 뒤에 40~50년은 처리시설을 시험가동하며 폐기했다"며 "런던의정서는 오랜 기간 폐기물 처리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온 선진국들끼리 모여서 맺은 협약"이라고 런던협약 자체의 문제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처리장을 지어도 기술력 부족으로 보수 유지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여기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기회비용"이라고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체면이나 국격만 따져서 법으로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기술투자와 함께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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