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정협기자] 글로벌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됨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4.5% 성장률 달성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내년 이후에도 저성장이 이어지는 장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 정부 '글로벌 위기 장기화 가능성' 언급..국내 경기침체도 '먹구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열린 23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긴 호흡을 갖고 충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재정건전성과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불안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시장의 걱정을 봉합했지만, 정부가 우리 경제의 '장기침체'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감을 표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는 연구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4일 `유럽 위기와 외환보유고 점검'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칠 경우 유럽계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3122억 달러로 적정 외환보유고 2848억달러보다 274억달러 많다. 하지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은 올해 7월 현재 6조원 이상의 순매도세를 보이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유럽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 무역흑자 급감..개방도 높은 韓경제에 치명타 될 것
실물경제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이날 관세청이 밝힌 8월 수출입동향(확정치)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 흑자는 7월보다 44억달러 급감한 4억7866만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8월은 전통적으로 휴가철 조업감소 등의 요인이 있지만,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흑자폭이 7억달러 줄어든 점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말 무역수지가 아예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외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고 고유가로 원자재 수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흑자 급감이 대외적 요인 때문이라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명이지만,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90%에 이르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대외불안이 길어지면 국내 경기침체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박 장관의 '글로벌 위기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무역흑자 감소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은 더욱 짙어보인다는 지적이다.
박재완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은 당초 4.8%에서 4%대 중반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치는 더 비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12년 국내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제는 2012년 하반기가 돼서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고 신흥국의 2012년 경제성장률은 2011년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4.3%에서 0.1%포인트 낮춘 4.2%로 하향조정했다. 또 내년 성장률은 4.0%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도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급영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국경제가 1% 내외의 저성장률을 보이고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4.3%에서 0.2% 포인트 낮아진 4.1%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