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유로존 신용리스크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이틀째 급등하고 채권값이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불안으로 대외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럽 위기가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우리 실물경제 충격도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천정뚫린 환율..포지션 축소·환율 급등 투기세력 가세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4원 급등한 114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연중최고치 경신이며 장중에는 1156원까지 터치하기도 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산된 영향이다.
오후 들어 당국의 구두성 개입에 나섰지만 상승폭을 줄이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장 마감 무렵 달러를 매도하는 실물개입에 나서면서 1140원대를 지킬 수 있었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역외세력의 지속되는 달러 매수때문이다. 유럽발 신용리스크 확산으로 불안해진 글로벌 자금들이 원화 등 아시아통화에 대한 포지션을 정리하고 달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해외 투기성 자금까지 가세하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과거에 환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할때 중요한 밴드가 1150~1155원선이었는데 단숨에 1150원선을 돌파하면서 1200원대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천안함 사태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환율이 1250원을 넘어선 적은 없었는데 1250원마저 뚫린다면 충격은 더 클 것"이라며 "변동성이 워낙 커서 기술적인 분석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 자금이탈 우려에 채권시장 '좌불안석'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확산되면서 채권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2%포인트 내린 3.49%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0.11%포인트 급등한데 따른 기술적 하락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5일부터 전일까지무려 0.20%포인트 급등(가격 급락)했다.
한 채권운용역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발 신용리스크 확산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계 자금이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리먼발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여건이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2008년 금융위기때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유동성을 공급해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리한 양적완화 탓에 실탄은 커녕 각국이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만 끌어올렸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권 초반이었던 2008년 당시와 달리 현재는 각국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정책 공조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어 시장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다는 설명이다.
◇ 해외만 바라보는 韓경제 '공포'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동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은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제로 최근 실물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8월 잠정 무역수지는 8억 2100만달러 흑자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수출 동력이었던 반도체 등 IT업종의 부진이 지속된 것.
지역별로도 대미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9% 줄었고 대유럽 수출이 7%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미 한국 실물경기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법 하다.
내부적으로 5% 넘는 소비자물가와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부담은 한국경제 체력을 더욱 취약하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세중 신영증권 스트레지스트는 "신용경색은 궁극적으로 실물 위축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리먼파산 당시와 달리 유럽각국의 정부지원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부실은행의 퇴출 및 실물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