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현 시점에서 공급이나 생산능력(Capa)을 확대할 경우 뒤쫓아오는 중국 업체들에게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감산에도 불구, LCD 패널 가격이 또 다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가운데 중국 시장이 국내 패널 업체 감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세형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사무관은 20~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 'CVCE2011'에서 '국가 디스플레이 발전 방향 및 정책 지원'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주 사무관은 "9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근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8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을 구축한 BOE 등 중국 업체들에게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과 그 뒤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관계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체력에 부담을 느낀 선두주자가 숨을 헐떡이며 후발주자를 계속 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중국 BOE는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마이너스(-) 28.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30%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 좀체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일반 회사 같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만큼의 손실폭을 기록한 상태에서도 오히려 투자를 늘려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마저 높이려할 경우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 사무관은 경고했다.
반도체 시장에선 국내 업체들이 앞선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디램(D램)값을 쥐락펴락해 대만과 일본 업체들의 감산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LCD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이 현지 정부 지원으로 공급량을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어 같은 시나리오가 성립되지 않는다.
중국이 이처럼 LCD 시장에서 저돌성을 잃지 않는 이유는 강력한 내수시장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고품질은 아니지만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중국 LCD 패널의 장점을 활용, 현지 텔레비전(TV) 업체들이 패널 업계와 손 잡고 자체적으로 시장을 키울 공산이 크다.
여기에 중국 정부까지 가세해 과감한 투자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주 사무관은 "이것이 반도체 부문과는 다르게 국내 LCD 업체들이 가동률을 줄이고 숨 고르기에 돌입한 이유"라며 "현재로선 몸을 움츠린 가운데 또 다시 한발 도약하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여전히 해외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는 하나 8세대 이후 딱히 차별화된 포인트가 없는 점이 문제"라며 "디스플레이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차세대 패널로 전환하는 '버전2'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LCD의 대체제로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도 최근 조명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은 주도적으로 차세대 TV 모델에 OLED를 채용할 뜻을 밝혔으며,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도 아몰레드(AMOLED) TV 등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짧은 수명 등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업체든 초기 투자비용을 과감하게 들여 마진율을 높여 놓으면,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 특성 상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 부사장을 역임한 석준형 고문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디스플레이 업황이 매우 안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기에 중요한 기술들이 나온다"며 터치 기능이 추가된 집적(Intergrated) 패널, 홀로그래프(Holograph) 기술이 접목된 평판디스플레이(FPD) 등 앞선 아이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자료 : 지식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