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원화를 필두로 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사태가 아시아 지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위험 자산 회피를 부추겨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다만 아시아 통화의 약세속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가치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있어 이번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희망적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 아시아 통화 약세..원화 절하 '세계최고' 수준
최근 사흘간 블룸버그-JP모건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10개월래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6일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달러대비 3.6% 빠졌고, 대만 달러화와 태국 바트화, 필리핀 페소화도 0.6~0.9% 떨어지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를 주도했다. 원화값은 달러당 1195원으로 2.56% 절하됐다.
최근 두달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12% 하락하면서 세계 주요 21개국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루피아화와 바트화 가치는 각각 2.9%와 3.8% 내렸다.
션 칼로 웨스트팩은행 통화 투자전략가는 "외국 자본들이 아시아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아시아 채권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들이 유럽과 미국 투자로 인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유로화 대비 엔화가치, 10년만에 최고치
아시아 통화의 약세속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가치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장중 유로당 103엔까지 오르면서 2001년 6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두달간 엔화 가치는 2.2% 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데렉 할페니 미쓰비시UFJ은행 통화담당 헤드는 "유럽 재정적자 위기에 대해 뚜렷한 공조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유로화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 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게 존재하고 있고, 그리스 지원 합의마저 실패한다면 유로화는 더 떨어져 일본 통화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엔화 약세, 한국 수출기업에겐 '큰 기회'
"원화 약세가 한국의 수출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야나가 신조 아이자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 기업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산하 사이트인 마켓비트도 "달러 대비 원화 약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엔화 대비 원화의 수준"이라며
현대차(005380)와 혼다,
삼성전자(005930)와 소니 등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엔화 대비 원화 수준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8년 이후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무려 80%나 급등했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엔고 효과를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일본 상품을 제치고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데, 특히 지난달 중국 수출 증가율은 16.5%로 일본의 6배를 넘어섰다.
이에 일본 재계의 불안감도 한층 짙어지고 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은 "달러화나 유로화뿐만 아니라 경쟁국인 한국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함께 내려가고 있는데, 엔화만 혼자 높아졌다"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외환 시장 개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