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금융권의 '대책반장'으로 소문난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의 '대책'이 잇따라 쓴잔을 마시고 있다.
최근 금융권의 최대 이슈이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대출과 저축은행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계산이 빗나가고 있는 것. 가계대출 규제 정책은 오히려 이자놀이의 길을 터주며 결국 은행들의 배만 불렸고, 하반기 더 이상 구조조정이 없다며 자신했던 저축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대책 실패'는 예금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불안심리를 확산시킬 뿐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실망으로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억제 대책..은행 배만 불려
4일 금융권과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KB·신한·하나·기업·외환·DGB금융·BS금융 등 8개 은행의 3분기 증권사 추정 평균 순이익은 평균 3조2000억원에 달했다.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제외한 전 은행권 2분기 순익 3조1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농협·수협 등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올해 순이익은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이런 실적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대책이 큰 도움을 줬다.
당초 목적과 달리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춰 예대마진을 크게 높이는 빌미를 제공한 것.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한 달 사이 0.1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0년 3월 가계대출 금리가 5.8%를 기록한 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8월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3.76%로 7월 3.79%보다 낮아졌다.
결국 부실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의 이자놀음을 허락한 꼴이 됐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불구..자본잠식 심각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야심 프로젝트인 저축은행 구조조정도 안개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올 초부터 추진된 저축은행에 대한 일련의 구조조정과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영진단이 일단락됐다”며 “하반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는 마무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판단이 오산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업정지 유예를 받은 6곳 저축은행 3곳 중 1곳은 자본잠식 상태며, 전체 85곳 중 6곳은 완전자본잠식상태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업계 등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저축은행 89곳 중 33곳(37%)이 자본잠식, 이 중 6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자본잠식은 9곳, 완전자본잠식은 3곳 늘었다.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없어지면 자본잠식이 시작되고, 자본금을 모두 사용해 부채로만 회사를 운영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저축은행 부실 확대는 영업 환경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저축은행 89곳의 2010 회계연도 당기손익은 3653억원 적자였다. 2009 회계연도의 821억원 적자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후순위채 상환·정기예금 만기..발등의 불
후순위채 상환과 정기예금 만기 도래 등도 발등의 불이다.
내년 말까지 저축은행들이 상환해야 하는 후순위채 2014억원 중 만기가 올 하반기인 후순위채는 1024억원(7개 은행)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8%다.
16개 저축은행(계열 저축은행 3곳 포함)의 정기예금 22조원 중 약 9조원(41%)의 만기도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돌아온다.
만기가 돌아온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은 뒤 다시 예치하지 않으면 저축은행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자신 있게 추진한 은행권 가계대출 대책과, 저축은행 구조조정 프로젝트 모두 약발은커녕 부작용과 위험성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대책 수립이 은행들의 수익만 올려줬다”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서민 대출 보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축은행 부실 상황에 대해서도 “당초 금융당국의 부실한 검사가 낳은 예견된 결과”라며 “밑 빠진 독에 물붙기식이 될 수 있는 공적자금 투입도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