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부실 계열사 살리기..집안정리 '한창'

입력 : 2011-10-04 오후 3:23:52
[뉴스토마토 강은혜기자] 올 들어 한 지붕 아래 계열사들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회사를 살리기 위해 온 식구들이 하나로 뭉친 것.
 
그러나 이는 영업작자에 시달리고 있는 회사의 부담을 사업적 연관이 적은 합병 계열사에게 나눠지게 하는 것으로, 결국 동반부실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002020)은 지난 29일 사업 안정성 제고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이유로 코오롱건설(003070)코오롱아이넷(022520), 코오롱비앤에스를 합병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코오롱건설은 코오롱아이넷과 코오롱비앤에스를 각각 1대 0.314, 1대 0.998 가량의 비율로 흡수합병 하며, 합병 이후 코오롱건설이 존속회사로 남는다.
 
코오롱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물산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대형법인을 출범시켜 시너지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
 
그러나 코오롱건설은 최근 계속되는 주택경기 침체로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로 합병되는 두 계열회사가 그 부담을 나눠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전선(001440) 계열사인 티이씨앤코(008900)도 다음달 30일 계열사인 알덱스(025970)를 흡수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매출경쟁력의 강화와 원가·관리 비용 절감, 재무적 개선 등의 목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동양(001520)그룹의 경우, 건설 경기 침체로 위기에 처한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해 동양매직과의 합병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조성준 NH투자증권(016420) 연구원은 “계열사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며 “모회사가 얼마나 실적개선 여지를 가지고 있고 주변 여권이 따라주는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계열사 합병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며 “첫째는 정말 안 좋은 기업을 살리려는 것과 둘째는 장기 성장성은 있지만 단기 실적이 좋지 않는 기업을 살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번째의 경우, 그룹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의해 우량기업마저 부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부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계열사 합병은 전체적으로 보면 부정적 요소가 더 크다”며 “현재 법적으로 이런 경우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에서 합병심사를 진행할 때, 정략적 부분과 정성적 부분을 모두 고려하고, 합병 비율을 일정 부분 조율하는 등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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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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