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유출했던 삼성그룹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취지로 태안지역에 기업설립 등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당시 태안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지역발전 기금 명목으로 1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나 이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논란을 지속되어 왔다.
또 지역 주민들이 삼성이 출연키로 한 1000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논란과 갈등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삼성에 기업설립 등 투자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10일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삼성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삼성그룹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태안지역에 삼성이 기업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실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총리실을 중심으로 적극 검토·추진 중이다.
지경부는 당초 태안지역에 삼성그룹이 기업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신중 검토' 입장을 보이며 소극적이었다. '기업 설립 등 지방투자는 입지여건 등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기업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후 삼성그룹이 태안지역에 투자할 경우에 한해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 정부차원의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긍정 검토' 의견을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가 태안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설비투자의 5%이내 또는 1인당 6개월 한도에서의 60만원씩 교육 훈련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지경부서는 기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때 보조금을 주는 것에 대해서만 주관하고 있다"며 "태안 지자체에서 삼성그룹과 의논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지만 고위 관계자 차원에서의 협의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것은 없다"며 "그 동안 태안 관련해서 밝혀온 1000억원 투자와 자매결연, 생태계 복원활동 등이 전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은 "정부로부터 기업설립이나 투자 등에 대해 압박을 받거나 한 것은 없다"며 "정부가 주민의 뜻을 수렴해서 우리쪽에 전달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12월7일 삼성중공업(010140) 해상 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됐다. 그 전까지 청청해역으로 꼽히던 태안 앞바다는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다.
이후 2008년 2월 당시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이 기름유출 지역에 1000억원의 기금 출연과 함께 서해 연안 생태계 복원활동 적극 지원, 어촌마을 자매결연, 지역소외계층 후원을 포함한 사회공헌활동 지속 추진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1000억원의 기금이 집행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