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한국금융지주(071050)(대표 김남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이 프라임 브로커리지(PB) 자격 취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은 외국인 지분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투자증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감독당국이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자격요건으로 자기자본 3조원을 제시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현재 대우증권이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데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6000억원, 삼성증권도 유증을 추진하면서 프라임 브로커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중에는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이 남게 돼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가장 많았던 대우증권(2조6800억원)은 산은금융지주를 뒤에 안고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증을 추진 중이다. 성공할 경우 국내 증권사 중 첫 4조원대 증권사가 된다.
뒤이어 자기자본 2조6700억원 규모의 우리투자증권이 6000억원 수준의 유증을 결정했고 삼성증권(2조8400억원)도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가 가능한 증권사는 총 3곳이 된다. 현대증권은 2조56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어 약 4000억원 정도의 자본을 확충하면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2600억원 수준이다. 최소한 7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한국 최고의 투자은행(IB)을 추구하는 증권사인 만큼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자격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미 해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했던 전문가들을 영입, 관련 팀도 꾸린 상황이어서 한시라도 빨리 업무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7000억~8000억원을 마련키 위한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타 증권사처럼 가장 무난한 방법은 유상증자다. 주가 희석 우려는 있지만 현실적인 수단이다.
문제는 외국인 지분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3% 내외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어 헤지펀드인 'Orbis Investment Management'가 9.18%로 2대주주에, 호주계 자산운용사인 'Platinum Investment Mgmt'가 8.55%로 3대주주에 랭크돼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총 44.50%다. 반면 삼성증권의 외국인 지분율은 19.20%, 대우증권 11.05%, 우리투자증권 14.73%, 현대증권은 14.70% 정도다.
즉 김남구 부회장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만약 헤지펀드들이 주가 하락을 예상, 지분을 빼기라도 한다면 주가에는 더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의사항이라 오너의 뜻에 따라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유상증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곤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발행도 방안 중 하나다. 한국금융지주가 회사채를,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 발행이 잘 성사될지는 미지수며 막대한 이자도 부담이 된다.
자산재평가를 통한 자본 확충도 거론된다. 서울 여의도 소재의 본사 건물 재평가로 최대 2000억원 정도를 추가 확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내부 판단이다. 그러나 이 역시 3조원 기준 맞추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프라임브로커)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뒤 뒤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