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가 외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은행들의 무책임한 가계대출과 이자놀음에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세금으로 되살아난 은행들은 나라경제를 위태롭게 할만큼 엄청난 가계대출로 수십조원의 큰 수익을 내고도 임직원들을 위한 돈잔치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줄 의지는 없어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주주배당 극대화만을 최고의 사명으로 생각할 뿐, 은행의 '공적 역할'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의 '탐욕적' 행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연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에 반발하는 시위가 미국, 유럽을 넘어 한국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여느 해보다 금융자본에 의한 피해자들이 늘면서 한국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금융자본의 약탈적 행태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분노가 정치권은 물론 국내 금융자본으로도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미국, 유럽 거쳐 한국으로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오는 15일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집회가 미국, 유럽 등 수백 개의 도시에서 벌어질 것"이라며 "시위 규모는 많으면 수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특히 이번 재정위기의 핵심지역인 유럽 측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움직임은 서울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나 증권거래소 앞에서 관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금융자본 규탄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하고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 노동계와 함께 행동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백성진 협회 사무국장은 "오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획을 밝힐 것"이라며 "집회 명과 구체적인 요구 사안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집회명들이 'occupy(점령하라)' 뒤에 도시명이 붙은 사례에서 보듯 이번 집회는 'occupy SEOUL'이 될 수 있다.
최근 잇다른 영업정지로 피해를 저축은행 예금자들과 파생상품 키코(KIKO),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 문제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이번 시위를 최초로 제안한 북미지역의 진보 언론 ‘애드버스터즈’(Adbusters)'는 11월 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회의 직전인 오는 29일, 수 백 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또 다시 제안했다.
◇ "은행에 월세 내는데.."
하지만 국내 금융권은 이번 시위에 대해 시각이 다르다. 국내 금융사들이 미국 월가 금융사들처럼 '탐욕스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파생상품을 만든 대형 IB(Investor Bank, 투자은행)가 문제"라며 "국내 일반 시중은행은 CB(Commercial Bank, 상업은행)이기 때문에 IB처럼 큰 수익을 벌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만 은행권은 10조원의 순익을 거뒀고 연말까지 약 20조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7년 15조원 이후 사상 최대치의 순익을 거두는 셈이다.
직원들은 물론 스톡옵션을 가진 임원들까지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성과급이 일반적으로 월급여의 100%~15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 권 모 씨(34)는 "집 살때 받았던 대출금 이자로만 매달 70여만원을 은행에 내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은 투자 대신 이런 대출로 편안하게 돈을 벌고 있지 않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 "은행 대출 문제 제기할 것"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금융권에서 보이는 1% 탐욕이 결국 99%를 차지하는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학 등록금 대출 등 약탈적인 대출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를 중동 민주화 바람과 연결지어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했다. 양상은 달라도 내용은 같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튀니지의 독재자를 몰아낸 자스민 혁명부터 월가 시위까지 양상은 다르지만 모두 기득권 층에 대한 저항을 말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증권거래소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해도 정치권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저항의식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