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금융자본)⑥외국계 은행들 '돈만 벌면 끝?'

입력 : 2011-10-17 오전 11:32:36
[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가 외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은행들의 무책임한 가계대출과 이자놀음에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세금으로 되살아난 은행들은 나라경제를 위태롭게 할만큼 엄청난 가계대출로 수십조원의 큰 수익을 내고도 임직원들을 위한 돈잔치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줄 의지는 없어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주주배당 극대화만을 최고의 사명으로 생각할 뿐, 은행의 '공적 역할'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의 '탐욕적' 행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연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국내에서는 사실상 순수 국내은행이 없다. 연구자들이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을 구분할 때 그 은행의 지분 50%가 외국계면 소유구조 측면에서 외국계로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순수 국내은행은 우리은행과 전북은행 뿐이고 나머지 은행은 외국 자본에 의해서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박사)
 
"전세계 외환거래의 98%가 투기적 거래고 단 2%만 실물거래와 관련돼 있다. 그만큼 지금의 금융시장 자체가 혼탁해져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금융위기인데 바로 그 중심에는 외국자본, 투기자본의 은행지배 문제와 고배당이 있다" (이대순 변호사)
 
"진정 이 나라가 외국 특히 월가의 노예로 전락하는 듯 하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무분별한 외국자본으로 국내 은행들이 잠식당해 우리나라는 '금융 식민지'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사회 공헌과 서민 금융에는 소홀히 하고 고배당으로 모회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비금융주력자' 론스타 논란 다시 불거져.."금융위 책임" 한 목소리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이후 론스타와 외환은행(004940)의 처리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노조, 관련 학계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국계 자본의 국내은행 지배,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에서는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향후 처리문제가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론스타의 유죄판결을 이유로 10%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법이 비금융주력자와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자에 대해 소유한도와 시정조치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경제연구소 조혜경 박사 역시 "전국에 지점이 있는 시중은행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전례가 없다보니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원죄는 이를 허용한 당국 즉 금융위원회에 있다"고 말했다.
 
◇ 주주배당·임원 돈잔치엔 관심, 최장기 파업에는 무관심한 SC제일은행
 
이밖에 외국계 금융 자본의 문제로 영국계 SCB(스탠다드차다드은행)의 투기적 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은 "은행이 금융기관이 아니라 일종의 SPC(특수목적회사)로 오로지 자본이익을 빨아먹기 위한 껍데기 은행이 돼 버렸다"며 "정규직이 있지만 비정규직 대출 모집인 1500명 정도가 활동하며 최고금리 19%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업 활동이 고금리, 비정규직, 저비용, 고수익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형적인 은행의 공공성을 생각했을 때 정상적인 은행의 영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은 "SCB는 한국에 진출한 이후 상장폐지에 이어 가계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 등 단기수익 위주 영업에 치중했으며, 지점과 연수원 등 3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며 "은행 이익금 대부분을 주주 배당으로 챙겨갔고 임원들은 수십억에 이르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한국은 SCB의 금융 식민지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노조가 사측의 경영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급기야 사측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연내에 '제일'이라는 이름을 빼고 SC은행으로 은행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SC제일은행은 내부적으로 갈등과 혼란이 여전히 많은 상태다.
 
제일은행 시절부터 근무한 한 중견 직원은 "성과급제를 도입으로 결국 모든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해고시키려는 짓을 사측이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투쟁만 외치는 노조와 비정한 외국계 경영진 모두가 싫어 명예퇴직 신청을 하루라도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자수입으로 쉽게 돈버는 외국계 은행, '선진금융' 맞나?
 
외국계 은행 경영진들이 '선진 금융'을 제시하지만 우리나라 여건이나 문화와는 맞지 않아 노조와의 갈등, 실적 악화 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실적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두 은행 모두 작년 동기에 비해 SC제일은행은 4.67%, 씨티은행은 4.4% 자산이 줄었다.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와 펀드, 카드, 외환익이 줄었는데 이는 기본 이자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 외국계 은행들이 강조하는 선진금융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외국계 은행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출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소속 민주당 신건 의원에 따르면 국내 10대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SC제일은행 개입사업자 대출이 3696억원 줄었고 한국씨티은행은 중소기업대출 3274억원을 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공공성의 성격이 짙다"며 "이 때문에 효율화만을 내세워 국내 은행을 마음대로 경영하는 외국계 은행을 좌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외국인 대주주 통제 장치 필요"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 금융 시장을 점령한 상태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현재의 통제장치가 불완전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먼저 외국법인에도 금융지주회사법을 예외없이 적용하고, 외국인 대주주의 자료 제출 의무 해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 해외에 체류하면서 원격 화상회의를 통해 국내 회사를 지배하는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대주주와 임원에 대한 출석요구권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밖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주식보유한도를 위반한 대주주에 대해서는 주식처분 과정에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부당이익환수과징금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은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주주배당에 대해 권고사항 이상의 제재방안 수립과 이익금의 과도한 국외유출을 감시감독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외국자본의 투기적 폐혜를 최소화시키는 길"이라며 금융당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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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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