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사외이사, 낙하산에 장기 임기 논란

관출신 대거 포진..이사회 안건엔 모두 '예스'

입력 : 2011-10-18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전기에 재직 중인 사외이사 중 60%가 정부 요직을 거친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이 최장 6년인 다른 상장기업과 달리 삼성전기는 9년까지 허용하고 있어, 사외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예스맨'으로만 채워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009150)의 사외이사 5명 중 3명은 각각 금융감독원 부원장,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해양경찰청장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연관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이다.
 
또 사외이사 5명 중 3명은 임기가 최장 9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2명이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특히 삼성전기의 사례는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005930)를 살펴보면 사외 이사 4명은 모두 임기가 3년이다. 주요 경력도 법무부 국장, 대학교 부총장, 은행장, 경영대 학장 등 인적 구성이 다양하다.
 
삼성SDI(006400)삼성중공업(010140)에도 임기 9년의 사외이사가 각각 1명씩 있지만 이들은 모두 대학 교수들이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임기 9년의 사외이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LG전자(066570)의 사외이사는 임기 6년인 1명을 제외하고 최근 3명을 모두 신규 선임했다. 이 회사의 이사회는 1회에 한해 사외이사의 재선임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지금까지 3회 연속 재선임한 전례는 없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사외이사진도 정부 부처 출신 1명을 제외하곤 학계, 언론계 출신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현대차(005380)포스코(005490)는 모든 사외이사의 임기가 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임 규정은 따로 없지만 이사회는 3년마다 사외이사를 계속 바꿔왔다"고 설명했다.
 
인적 구성도 문제지만 사외이사의 활동도 내부 감시보단 회사측의 의견에 동조하는 데 치중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기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8건의 안건 중 18개 모두에 찬성표를 던졌을뿐만 아니라 올해도 11건의 안건 중 반대표를 던진 이가 단 한명도 없었다.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회사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을 최장 9년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사외이사가 오랜 시간 회사에 남을 경우 기업과 친밀도가 높아지고, 독립적인 견제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OECD의 안은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내부 견제와 감시 활동을 벌였을 때의 이야기다. 한국의 경우 회사의 결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이른바 '거수기 이사회'라는 지적이 많아 OECD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대부분의 국내 상장기업은 오히려 OECD의 권고 기준안보다 재직기간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과 상관없이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사외이사의 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 재직에 따른 비판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1회 이상 연임은 피한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기업의 사외이사는 보통 임기 3년, 길어도 최장 6년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사외이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구성은 전형적"이라며 "이들이 얼마나 회사를 견제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인력 풀이 많지 않은데다가 전자부품 사업 현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오래하시는 것"이라며 "주총에서 능력있고 명망있는 인물을 선정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임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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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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