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글로벌 특허전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애플에 대해 하루가 멀다하고 강온책을 번갈아 쓰는 삼성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일본과 호주 법원에서 애플 아이폰4S 대상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제소 내용은 호주의 경우 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WCDMA)과 HSPA(High Speed packet Access) 등 통신표준에 관한 특허 3건이며, 일본에서는 표준특허 1건과 휴대폰 사용자환경(UI) 관련 상용특허 3건이다.
특히 일본 소송에는 아이폰4S 외 아이폰4·아이패드2에 대한 제소도 속해 있다. 아울러 삼성은 지난 13일 호주 법원의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에 대해서도 이날 항소했다.
삼성전자측은 "휴대폰 등 핵심 사업이 보유한 특허자산에 대한 애플의 '무임승차'를 더이상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그 어느 때보다도 소송전에 임하는 자세가 굳건함을 시사했다.
이는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 주말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이건희 회장을 마중한 자리에서 "애플에서 자꾸 우리를 치니 우리도 대응한다는 논지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틀 후 이재용 사장이 고(故)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석차 출국길에 오르면서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밝힌 것은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수장들의 발언이 이처럼 온도차가 확연한 것이 회사 내부적으로 애플건에 대해 고민이 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삼성과 애플이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게 되리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특히 이재용 사장이 출국길에 '경쟁자이면서 동반자'라고 발언한 것이 삼성측의 정확한 속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양사가 결별하게 되면 삼성 입장에서는 핵심 고객을 잃게 되는 셈이고, 애플측도 자사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의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를 포기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을 삼성과 애플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록 애플이 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에 자사 제품에 쓰일 모바일 프로세서의 시범 생산을 의뢰하는 등 외도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애플이 삼성을 통해 조달하던 부품의 품질을 다른 업체에서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끝까지 함께 죽자는 전략으로만 갈수는 없을 테고, 갈등의 마무리 국면에서는 서로 경쟁자이자 '동지'라는 인식이 모아질 것"이라며 "최근 냉온탕을 오가는 양측 관계가 종국에는 크로스 라이선싱이나 로열티 협상 체결로 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과열 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삼성-애플간 특허전 이면에는 양사가 합의점을 모색할 즈음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강수를 번갈아 두는 전략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과 애플이 현재 마주보고 달리고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위협적인 순간만은 피하자는 기류 또한 드러나고 있다"며 "스마트폰 업계 두 거목의 소모전이 지속될 수록 다른 경쟁사들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측은 이날 추가 소송건에 대해 "(애플이) 제1 거래선인 것은 맞지만, 삼성의 핵심 특허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