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금융업 진출을 노렸던 패션·유통업체 이랜드가 프라임저축은행 인수 추진 양해각서 체결 이틀만에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금융권과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의 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포기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19일 이랜드와 프라임저축은행 등에 따르면 이랜드는 지난달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들어갔다.
이랜드는 내부적으로 금융업 진출에 대한 요구가 존재했고 계열사 등의 금융권 결제비용을 줄이기 위해 프라임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랜드는 이날 프라임저축은행 실사단을 철수시키고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프라임 저축은행 실사단을 철수 했다"고 밝혔다.
구기인 프라임은행장도 "이랜드가 이번 인수건을 철회했다고 관계자들을 통해 연락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랜드가 프라임저축은행 인수를 전격 포기하자 금융권과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가 "독이 든 성배를 마실 뻔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사 선임연구원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며 "과거 금융부분 인수경험이 없고 현금성 자산도 풍부하지 않아 외부조달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인수포기에 대해 긍적적인 진단을 내렸다.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연결재무재표(K-GAAP) 기준으로 지난 2009년 224.1%에서 지난해 291.2%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자금 흐름도 수월하지 않다. 이랜드그룹의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62억원, 처분가능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305억원이고, 지난해말 1201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1419억원으로 늘어나 재정적 압박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랜드는 지난 4월 엘칸토 인수에 400억원, 5월 광주밀리오레 인수에 200억원을 투입했으며, 하반기 영국의 '록캐런 오브 스코틀랜드'와 이탈리아 명품업체인 '만다라덕'을 인수해 재무상태는 더욱 힘겨워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 2006년 차입매수방식(LBO)으로 1조6000억원이 넘는 홈에버(구:까르푸)를 인수했다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008년 홈플러스에 재매각한 사례도 있다.
결국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기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부실한 금융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시장이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변정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강등, 대출압박 등 감당해야할 부분을 고려했을때 인수시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며 "이랜드가 장차 인수합병에 나설 때는 충분한 자금조달과 활용방안을 토대로 나섰으면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