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선 대충대충, 적당히란 있을 수 없어요. 중간에 퇴소당하지 않기 위해 1, 2차 평가만 잘 넘어가보자는 꼼수 안 통하죠."
지난 3월 출범한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 진종호 디지탈모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청년 창업CEO를 육성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 마련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철처한 입교생 관리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지난 7월 실시한 1차 중감 점검을 통해 사업수행능력 미달자 17명을 '퇴교' 시키는 등 제대로 된 창업 CEO 양성을 위해 엄격한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입소 넉달 만에 스마트폰 케이스로 13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창업자, 국내 최초로 좀비PC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눈 앞에 둔 사장님 등 제2, 제3의 애플을 꿈꾸는 창업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개교와 동시에 3월에 입교한 진종호 대표도 그 중 한명이다.
진 대표는 지난해 8월 디지탈모션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해 디지털 콘텐츠 제작 사업을 시작한 초기 창업가다.
10여년 간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며 3차원(3D) 콘텐츠제작과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경험을 쌓아 온 진 대표는, 3D 영상 시장이 영화와 게임에서 더 나아가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3D 입체영상 시청이 보편화 될 것이라 판단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기 창업 기업들이 그러하듯 진 대표도 자금 부족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3D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고가의 수입산 장비가 필요했지만 이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고심하던 진 대표는 아예 장비를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진 대표는 "디지탈모션엔터테인먼트처럼 자본력이 부족한 콘텐츠 제작회사나 교육기관에 판매한다면 마음껏 콘텐츠도 개발하고 장비 판매로 사업영역까지 넓힐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비 개발 역시 자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업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진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됐다.
입교 후 진 대표는 개발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물론 공동 사무실도 제공받았다.
또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무료로 듣고, 현업에서 인정 받는 CEO와 전담 교수를 멘토 삼아 수시로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체계적 지원을 통해 3D 입체영상 제작 장비인 '랜더팜' 개발에 나선 진 대표는 현재 시제품 제작 중인 '4D포터블랜더팜'의 연내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랜더팜이란 3D 캐릭터 등 3D 입체영상을 극장에서나 TV 등을 통해 시청자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영상으로 변환시키는 장비로, 여러 대의 컴퓨터로 분산처리 해 제작 속도를 빠르게 처리하는 전문 장비다.
지금까지는 랜더팜을 구성하는 3가지 시스템인 장비, 랜더링 프로그램, 소프트웨어가 모두 수입제품이었다.
때문에 진 대표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국산화 하고 가격도 낮춰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디지탈모션엔터테인먼트의 랜더팜은 사용자의 이용 형태에 따라 자유롭에 옮길 수 있는 이동 가능한 하드웨어 장비로, 3D 입체영상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개인용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음 달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각종 게임과 영상 관련 전시회 참가를 계획 중인 진 대표는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약 4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 개발 완료를 앞두고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진 대표는 공동 사무실 한쪽에 놓인 간이침대를 가리키며 "오늘도 여기서 눈 좀 붙이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실험이 대한민국 벤처창업 활성화의 발판이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