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권 피해자에 대한 분쟁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얼마나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배상을 받기는 사실상 힘들뿐 아니라 저축은행의 책임 정도에 따라 금액이 달라져 투자자 간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연말에는 하반기에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7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만기가 예정돼 있어 경영난이 우려되는 등 후순위채권이 저축은행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금감원, 이르면 이번 주 분쟁조정위 개최
27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부산·부산2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피해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를 심의한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자는 1200명이지만, 향후 분쟁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업계 안팎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영업정지된 16개 저축은행이 총 1만1000명에게 375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분쟁조정 대상의 약 10배 규모에 해당하는 인원이 이번 조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 2차 영업정지로 금감원에 피해를 신고한 후순위채 투자자는 지난 21일 현재 4126명(일부 중복), 피해금액은 1455억원으로 피해 신고율(건수 기준)이 36.5%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배상을 받더라도 원금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는 판매 유형 등에 따라 손해배상비율을 정하는데 이 비율이 100%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후순위채에 5000만원을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분쟁조정위가 50%의 손해배상을 결정한다면 이 투자자의 후수위채권은 2500만원짜리 일반채권으로 분류된다.
예금보험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파산재단의 배당률이 20%로 결정되면 최종적으로 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5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분쟁조정 결정을 투자자와 저축은행 중 한 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후순위채 판매자 현장조사 등 불완전판매 입증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연말 후순위채 상환 만기 도래..경영난 우려
후순위채권은 또한 올 연말에도 저축은행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연말부터 후순위채권 상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이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후순위채권은 1024억원이다.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후순위채권 2014억원의 절반을 앞으로 3개월 안에 상환해야 한다.
후순위채권은 일반적으로 5년 만기로, 저축은행이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아 자본을 확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물론 지금까지는 만기 도래 시 저축은행이 새로 후순위채를 발행해왔지만, 최근 영업정지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후순위채 차환을 허용하지 않기로 해 꼼짝없이 상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저축은행들도 이를 해결할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연말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 출자전환도 불안심리가 커진 투자자들의 동의하지 않아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경영진단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확충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