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정부의 약가 인하 발표에 대한 강경책으로 제약업계가 내놓은 '하루 의약품 중단' 카드는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약품 생산을 목표 달성의 무기(?)로 사용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 의약품 생산 중단'은 국내 제약업계 100여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자칫 실행할 경우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와 업계간 투쟁방식도 이견 차이를 보여 의약품 생산중단은 무기한 보류되거나 계획 자체가 취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협회와 업계는 지난 26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장단 회의에서 위임된 의약품 생산 중단 등 정부의 약가인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의약품 생산중단 강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총회에 참석한 제약업체 한 간부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발표 직후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자칫 국민 여론에 휘둘려 역풍을 맞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 했다"고 이날 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 생산 중단은 업계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간부는 "약가인하 예고 전 복지부 장관과의 최종 담판을 위해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는데, 현재까지 안만 나왔지 구체적인 일정(장관 면담)을 잡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임시총회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복지부장관과의 면담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선호 제약협회 홍보 실장은 "긴급 총회를 계속 갖고 있으나 의약품 생산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이 없다"면서 "현재로선 장관과의 일정도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높은 회사,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비중이 높은 회사, 필수의약품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별로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하루 의약품 생산을 중단 할 시 막대한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이냐"면서 "피켓시위나 서명운동, 홈페이지 홍보전으로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