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나만 아니면 돼~”
매주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안방에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한 오락 프로그램의 유행어 중 하나다.
프로그램 내에서 진행하는 각종 게임에서 ‘나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잇따라 임직원이 줄사퇴 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상황과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금감원 임직원이 10월 들어서만 모두 18명이 등을 돌렸다. 이달 말까지 10여명이 더 퇴직할 예정임을 감안하면 무려 30여명 가량이 사직하는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김앤장 등 대형 로펌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전문 경력을 살리면서도 고액연봉을 받기엔 딱 좋은 곳이다.
평소라면 짧은 기간에 많은 직원이 퇴사를 한다는 점 외엔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이 앞 다퉈 사퇴하는 것은 오는 30일부터 시행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기 싫어서다.
그런데 올해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고, 금감원은 전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다.
혈세도 무려 5조원 이상 투입했으며, 앞으로 더 쏟아 부어야 할 공적자금 규모는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뇌물을 받고, 불법 대출도 모른 척해주는 범죄를 저지르는 등 금감원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이런 잘못을 반성하며 금감원 스스로가 내놓은 개혁방안 중 하나가 4급 이상 재취업 금지 아닌가.
이런 와중에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문제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직원과 노조는 담당 임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기획총괄라인 부원장과 부원장보의 교체를 요구하는 연판장도 돌렸다.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집단 이기주의로 조직을 흔들더니,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조직을 등지고 있는 꼴이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권혁세 원장도 “나갈 사람은 나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예전부터 '신의직장'이라 불렸다. 쪽방 수준의 고시원에서 어렵게 끼니를 때우며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들도 금감원 임직원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그저 심기가 불편하다고만 할까.
이젠 정부 주도의 보다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개혁을 다시 시작 할 때다.
뉴스토마토 이승국 기자 in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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