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새루트 개척도중 눈사태를 만나 실종된 박영석 대장 등 3명의 우리 산악인을 찾기 위한 안타까운 수색이 이어지는 동안 네팔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서 골프를 즐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우리 수색대가 한국대사관의 비협조적 태도에 반발해 현지 네팔영사에게 항의했지만 네팔영사가 "산악사고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태도를 보인 상황에서, 일부 대사관 직원이 현지인들과 골프회동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산악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31일 네팔 관광에 나섰던 한국 관광객들에 따르면 박 대장 수색이 한창이던 지난 26일 네팔 한국대사관 직원 일부가 카트만두의 '고카나' 골프장(GOKARNA FOREST GOLF RESORT)에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에서 박영석 대장(49), 신동민 대원(37)과 강기석 대원(33)의 연락이 끊긴 것은 현지시각으로 18일 오후 4시다.
실종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산악연맹은 20일 오전 네팔 현지에 국내 산악인들로 구성된 전문구조대를 투입한 이래 28일 정오까지 1, 2차에 걸쳐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성과없이 29일 수색작업을 일단 종료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0일 "살아있다는 믿음을 갖고 꼭 구조해야 한다"며 현지로 떠나는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들에게 "수색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더구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도 "구조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을 다해줄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외교통상부를 언급하지 않아서인지 현지 네팔대사관측은 우리 산악인들의 구조활동에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직원의 골프장면을 목격한 A씨는 "관광중 박 대장 일행의 사고소식을 접하고 한 사원에서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를 간단히 한 후 근처 '고카나' 골프장에 아침식사를 위해 들렸다가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골프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 26일 네팔 '고카나' 골프장에서 목격된 대사관직원 모습. <사진 : 네팔관광객 제공>
박 대장 일행의 실종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 안나푸르나 인근에는 엄청난 비가 내렸고 포카라(히말라야 등정의 서쪽 출발점이 되는 도시)에는 우박도 떨어져 관광객들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놀랐다는 것이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전언이다.
A씨는 "산 사고에 무감한 네팔 사람들조차 걱정을 하며 함께 가까운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내려오다 골프를 치는 한국 사람들을 목격했는데 함께 간 네팔인이 한국대사관 직원임을 알아봤다"고 밝혔다.
골프를 친 대사관 직원은 K모씨며 그밖에 수명의 대사관 직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주차장에서는 한국대사관 소속인 차량도 목격됐다.
◇ 26일 네팔 '고카나' 골프장에 주차된 한국대사관 소속 차량(맨 오른쪽)
현지를 함께 다녀온 B씨는 "당시 한국대사관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현지에서 일부 산악인들이 영사에게 항의했는데 영사는 책임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와 당황했다"며 "현지에 관광을 갔던 사람들도 박 대장 일행의 실종소식에 가슴이 떨려 관광을 멈추고 기도만 하고 왔는데 우리 대사관 직원들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박 대장 수색기간 중 대사관 직원의 골프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