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저축은행 후순위채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모으고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여부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에게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에 대해 자체적으로 실태를 점검해 이달 중순까지 내용을 보고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후순위채권은 금감원의 승인을 얻으면 만기 전에도 중도해지(환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후순위채 연말 만기도래 불구..감독당국 '투자자 보호' 우선?
금융당국이 이처럼 후순위채권에 신경을 쓰는 것은 우선 그동안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이를 의식한 당국은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권 판매까지 점검 폭을 확대한 것이다.
때문에 연말부터 후순위채권 상환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이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후순위채권은 1024억원이다.
게다가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후순위채권 2014억원의 절반을 '앞으로 3개월 안'에 상환해야 한다.
후순위채권은 일반적으로 5년 만기로, 저축은행이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아 자본을 확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물론 지금까지는 만기 도래 시 저축은행이 새로 후순위채를 발행(차환)해왔지만, 최근 잇달은 영업정지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후순위채 차환을 허용하지 않기로 해 꼼짝없이 상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책임 회피용" 지적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후순위채 불완전 판매 실태조사를 두고 '면피용'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후순위채권 규모는 총 8000억원에 불과한데다 이들 모두가 환매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 조치가 실제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냐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보다는 지금까지 저축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 피해의 책임을 피해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금감원이 이미 저축은행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에 대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 책임을 소홀히했다"며 금감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28일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이 후순위채 위험성을 거의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를 했다" 투자 피해자별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후순위채 보상 액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책임과 보상 문제가 빠졌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가기자본 비율을 속여 후순위채권까지 팔았지만 금감원이 이를 알고서도 서면 경고에 그쳐 문제를 키웠다며 금감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금감원은 영업 중인 저축은행까지 범위를 넓혀 미리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에 대한 파악에 나서 향후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얻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번 실태조사로 대규모 후순위채 환매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권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순위가 밀린다는 의미를 내포한 이름 자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투자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은행들도 정확히 설명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후순위채권 금리가 8~9%대로 높은 데다 저축은행이 임의대로 환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후순위채 환매에 따른 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과 그로 인한 구조조정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