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유상증자..성장성보다 물량부담

'미래 사업 가치' vs '주주가치 하락'
"성장성·내부 경쟁력·밸류에이션 고려한 투자 필요"

입력 : 2011-11-04 오후 4:18:02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기업들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택한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미래 사업 성장성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신주가 대량으로 풀리면서 기존 구주 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최근 증자 이후 성장성 보다는 주주가치 하락 측면이 크게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들이다.
 
전날 시장 개장 직후부터 증권가에서는 LG전자(066570) 유증 소문이 돌면서 LG그룹주가 동반 폭락했다.
 
공식적인 입장을 피하던 LG전자는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어제 오후 이사회를 열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증을 통한 자금조달 목적은 시설자금 6385억원, 연구개발 투자용 운영자금 4235억원이다.
 
LG전자 측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우선 확보하려는 것이지 유동성 위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증 결정은 주주를 생각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목표주가를 줄 하향하고 나섰다.
 
최근 투자은행(IB) 업무 진출을 위한 대형 증권사들의 유상증자도 잇따르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이 넘어야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포함한 종합금융투자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프라임브로커 사업 요건 충족을 위해 7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 9월 대우증권(006800)의 1조12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005940) 6000억원, 삼성증권(016360) 4000억원, 현대증권(003450) 5950억원에 뒤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증자계획을 발표한 것.
 
이후 증권주 흐름은 최근 증시 상승으로 인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상증자는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물량 부담으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최근 대량 유상증자의 경우 성장성 보다는 유동성 확보 측면이 많아 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LG전자의 경우에도 투자 목적이라고 하지만 최근 사업이 잘되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가 크게 나오는 것"이라며 "증권주도 자본을 키워서 경쟁력을 재고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새로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유동성 위기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신사업 진출 또는 인수합병(M&A) 등으로 추측하고 바라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유상증자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러운 결정이 나올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상 증자가 결정된 이상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이성적 투자 대응이 필요하다"며 "내부 경쟁력, 주가하락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매력 등을 고려해 추가 하락시 매수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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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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