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뒷통수를 심하게 한방 맞은 느낌이다."
"유상증자할 이유도 원인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LG전자는 주주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주가 하락을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문제."
지난 3일
LG전자(066570)가 이사회를 열고 1조6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데 대해 증권가의 비난이 거세다.
목표가를 낮춰 잡고 투자의견 하향도 잇따르고 있다.
유상증자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LG전자의 발표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분명히 인수합병이나 신사업에 쓸 생각일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유상증자는 안팎의 악재에 따른 사업환경 위축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의 비난에 대해서는 "LG전자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관행과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증권사를 통해 사전 시장조사를 한 뒤 주간사등을 정해놓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번 LG전자는 증권사와 상의 없이 전격적인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 증권사는 사전정보없이 LG전자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폭락이라는 봉변을 당한 셈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분기별 주가 흐름으로만 판단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LG전자의 단기 폭락이라는 악재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 기업의 중요한 경영적 판단이 3개월 단위를 내다보고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증권사도 더 긴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도 서둘러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모든 자금을 R&D에 집중한다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그동안 인력 재배치 등 사업부나 팀별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했던 LG전자의 분위기가 일순 변화하기에 충분한 카드로 보인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R&D에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정책 결정으로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단지 아쉬운 것은 유상증자설로 주가폭락이 일어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경고를 비웃듯 지난 4일 LG전자를 비롯한
LG(003550) 등 LG그룹주는 전날의 폭락세를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다.
LG전자가 증권가의 비난을 딛고 R&D 투자확대를 통해 '기술의 LG'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