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10월 취업자가 50만명을 넘어 ‘취업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로 취업자 증가자수가 20만명대까지 내려갔던 데다 이전에도 40만명대 취업자 증가수를 기록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번달 고용지표는 상당히 선전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거나 파트타임 종사자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은 정부의 발표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고용대박”
통계청이 9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는 2467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0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58만6000명) 이후 17개월 만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취업자 수가 월평균 40만7000명이던 것과 비교해도 놀랄만한 증가폭이다.
실업률은 2.9%로 전년동월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02년 11월(2.9%) 이후 9년만이다.
정부가 ‘고용대박’이라고 자랑할 만큼 고용수치가 지표상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 서비스업 증가...고용의 질 악화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수는 감소했고, 영세업종이 많은 도·소매업 위주로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늘어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
10월 제조업 취업자는 5만5000명 감소했고 3개월째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성헌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취업자 2400만명 중에 제조업 취업자는 400만명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가 제조업이 발달한 수출주도형 국가인 건 맞지만 고용의 관점에서는 내수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서비스업이 취업자수를 안정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오히려 내수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그야말로 기형적 구조라는 얘기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도·소매, 운수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숙박·음식점업 등의 부문에서 취업자가 증가했다.
물가상승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4분기 소매업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영세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소매업을 비롯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고용시장에 뛰어들 만큼 절박한 취업자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MF 경제위기 이후 자영업자나 서비스업 취업자가 늘어난 것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서울 및 6대 광역시 943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실시한 결과, 전망치가 105로 집계돼 기준치(100)를 소폭 상회했으나, 지수 추이는 2분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게다가 자영업자는 10만7000명 증가해 지난 8월 이후 3개월째 증가하고 있고 증가폭도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 중 30대는 줄고 40,50대가 부분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 파트타임이 절반..취업경험 없으면 취업 관문 뚫기 어려워
파트타임 근로자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는 36시간 미만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24만3000명(8.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취업 증가자수 50만1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단시간 근로에 종사했다는 이야기다.
또, 30~39세 고용률은 0.1%포인트 감소했고, 15~19세와 20~24세 실업률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중추적인 연령층인 20~30대 젊은층의 고용 부진이 아쉬운 대목이다.
전체 실업자 73만6000명을 과거 취업경험 유무에 따라 살펴보면, 취업무경험 실업자는 3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7.2% 증가, 취업 유경험 실업자는 69만9000명으로 12.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취업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구직자는 취업관문을 뚫기 더 어려웠던 셈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업무경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새로운 취업시장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라며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을 미루고 싶어도 취업을 더 이상 안할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