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올들어 매달 비슷한 전망을 내놓던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동향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11월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고 물가 불안요인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하루 전인 7일 KDI는 11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며, 대외 불확실성은 축소됐다고 밝혀 정부와는 상이한 입장을 밝혔다.
◇ 정부 “계기비행 어려워 시계비행할 때”
김정관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의 거시경제 전망에 대해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하는 비행은 어려운 시점”이라며 “가시거리와 구름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헤쳐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요약했다.
즉, 지표상으로 9,10월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수입물가 오름세나 기대인플레이션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으며, 유럽 재정 위기 또한 진정 국면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어 보수적으로 전망을 했다는 이야기다.
김 과장은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고용지표나 성장률지표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부정적 요소도 혼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어느 한쪽에 방점을 두기보다 긍정, 부정 요소가 섞여있으니 불확실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 KDI "빠른 악화 속도,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아“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빠르게 악화일로를 걷던 지표들이 지난달에는 다소 완화된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물가의 경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물가상승세가 워낙 높아 앞으로 이때만큼의 물가상승률이 나오긴 어렵다”며 “따라서 물가 진정은 물가상승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대외여건도 더 이상 상황 악화가 확대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밝혀 물가와 대외여건이 진정 국면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가 완화된 수치를 인정하면서도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는 것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KDI는 완화된 지표에 근거해 앞으로의 전망을 한 점에 비춰보면 서로 다소 상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업계는 해석보다 지표에 신경..혼선 초래 가능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관마다 상이한 경제전망을 두고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판단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이나 특정집단의 해석은 참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의견이 매번 비슷한 전망을 해왔던 터라 이번달 경제전망을 두고 혼선을 줄 수는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경제동향에 대해 “수치적으로 물가가 하향 안정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고물가였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인한 결과이지, 공공요금 인상 등 체감으로 하향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최악의 국면은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국의 성장세 둔화, 이탈리아 불안요인 잠복 등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해 정부와 KDI의 의견을 모두 수용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