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나기자] 혼다코리아가 9일 국내에 출시한 9세대 올뉴 시빅 모델의 내부를 보면 무언가 허전하다. 이내 내비게이션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날 국내에 처음 선보인 올뉴 시빅 모델 총 3개 트림 모두에 내비게이션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지 않다.
◇ 혼다코리아가 9일 출시한 9세대 올 뉴 시빅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2012년형 시빅에는 내비게이션이 탑재돼있지만 한국에서는 이 모델이 수입되지 않는다.
혼다코리아는 전 모델인 8세대 시빅까지만 해도 2009년 부분 변경된 모델이 나올때 지금의
현대모비스(012330)인 당시 현대오토넷과 제휴해 내비게이션을 탑재했었다.
비단 혼다의 모델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차량들에는 편의사양으로 내비게이션은 '필수'로 제공된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장착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뉴 시빅의 내비게이션 부재는 '알쏭달쏭'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2012년형 시빅에는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모델이 수입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답은 바로 '엔고'에 있다. 혼다가 엔고의 영향으로 높아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부 옵션을 줄이면서 내비게이션이 빠진 것이다.
혼다 관계자는 "원가 절감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는 전부를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가격이 억대에 이르는 비싼 차가 내비게이션을 다는 것과 2000만~3000만원대에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시빅 가솔린 모델의 두 트림이 각각 2690만원, 279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이 3690만원임을 고려해 볼때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것이 '부담'일 수 밖에 없단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2000만~3000만원대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이 납득이 안될 수 있다.
혼다 측에서 밝힌 다른 이유는 '고객의 선택폭 확장'에 있다. 내비게이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잘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에게는 내비게이션이 없는 모델이 편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존 차량들과 달리 올뉴 시빅에는 필수사양인 내비게이션을 '일부러' 장착하지 않음으로써 고객의 선택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편의성과 효율성'도 또 다른 이유다. 휴대폰의 내비게이션 기능과 지도보기와 같은 최신 기기들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차량 내비게이션의 효용이 많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혼다 관계자는 "요즘은 차량 내비게이션보다는 본인들이 갖고 있는 통신기기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편의성과 실효성 측면에서도 휴대폰 활용이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통신기기들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능들이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운전시 안전문제를 간과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차량에 기본·필수사양이 없다는 점은 고객의 불만과 불편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혼다는 "이 문제에 대해선 현재 찬반이 나뉘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고객 반응을 보면서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혼다 내부에서도 내비게이션의 존재 여부 문제를 둘러싼 가운데 현재 내비게이션 장착 차량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중으로 알려졌다.
신형 시빅 구매자들은 운전시 혼다의 설명대로 개인 휴대폰기기 등을 이용하거나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올뉴 시빅 출시를 앞두고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차량 사전예약을 받으면서 선착순 50명에게만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부재가 소비자들에게 '실효성'으로 다가갈지 '불편함'으로 다가갈지는 결국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