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반값' 이마트폰? 그건 괜찮아!

입력 : 2011-11-10 오후 5:13:59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이마트(139480)가 텔레비전(TV)에 이어 휴대폰 영역까지 '반값' 제품으로 공략에 나섰지만,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휴대폰 제조사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이마트TV'에 화들짝 놀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마트는 오는 11일부터 전국 130개 매장이 입점해있는 휴대폰 대리점 '모바일이마트'를 통해 이동통신망재판매(MVNO)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의 휴대폰(피처폰) 1000대를 한정 판매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MVNO를 통한 휴대폰들은 SK텔레콤(017670), KT(030200) 등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제공받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 독자 발광다이오드(LED) TV '이마트 드림 뷰'를 비슷한 모델의 삼성·LG LED TV 대비 40%나 저렴한 값에 내놔 제조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저가 TV는 판매 이틀만에 5000대 전량이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를 의식한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2일 한 대학강연에서 "이마트TV는 값싼 대만 부품을 써 제품 질이 떨어진다"며 "사면 후회할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LG 등 제조사들은 역시 절반값인 이마트폰의 출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전자업계에서는 제조사들의 이같은 무덤덤한 반응에 대해 이마트TV와 이마트폰간 제조·유통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우선 이마트TV는 이마트가 대만 TPV사에 주문 생산한 제품으로, 회사가 TV 유통 뿐 아니라 제조에까지 관여해 탄생시켰다.
 
반면 이마트폰은 이마트가 모바일이마트를 통해 유통채널만 제공해 파는 제품으로, 이미 출하된 삼성·LG·팬택의 피처폰 15종의 판매를 대행하는 역할에 그친다.
 
따라서 TV와 달리 휴대폰에 있어서는 이마트와 휴대폰 업체들이 경쟁관계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국내시장에서 스마트폰 대비 인기가 현저히 떨어진 제조사의 피처폰 재고물량을 이마트가 털어준다는 측면에서 호재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마트가 판매할 휴대폰 물량이 1000대밖에 안될 뿐더러, 향후 추가 판매에 나선다 해도 국내 피처폰 수요 비중이 전체 휴대폰 대비 채 20%도 안돼 큰 구원투수 역할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주로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위주로 피처폰을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미 스마트폰 비중이 80% 이상인 국내시장에서 피처폰 판매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택측도 "피처폰 재고를 소진해준다는 측면에서 호재일 수도 있지만, 절반값에 판다고 하니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회사 전체 휴대폰 판매물량 중 스마트폰 비중이 99.9% 에 달하다보니 이마트폰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반값폰'의 행보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저가폰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휴대폰에 있어서는 제품 가격 못지않게 '품질'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TV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여러 사람이 시청할 목적으로 사기 때문에 저가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지만, 개인이 혼자 쓰는 휴대폰에서는 싸다는 것만이 구매요건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마트에서 향후 저가형 스마트폰도 판다는 얘기가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담이겠지만, 피처폰만 한정물량에 파는 것이다보니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크게 남는 장사도 아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이마트폰만으로는 회사에 크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마트는 이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추가 판매나 스마트폰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000대의 한정물량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가 관건"이라며 "따라서 스마트폰 공략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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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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