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인맥'이 없으면 취업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인적 네트워크의 노동시장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한국노동패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취업자 6165명 중 ‘소개나 추천’ 방식으로 입사한 경우가 전체의 61.5%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공개채용’을 통한 입사는 전체의 13.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 ‘직접 직장에 찾아와서’ 채용된 경우도 18.5%나 되었고, ‘스카우트’가 4.3%를 차지했다.
◇ '소형기업·비정규직·남성' 인적네트워크 의존도 더 높아
특히, 종업원 30인 이내의 소형기업에서는 전체 채용인원의 약 70%를 ‘소개나 추천’으로 충원하고 있어 가장 보편적인 방식임이 확인됐다.
또,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형기업에서도 ‘소개나 추천’ 방식의 채용이 전체 채용인원의 약 47%에 이르러 가장 우선적인 채용방식임이 입증됐고, ‘공개채용’ 방식의 채용은 전체의 32.6%에 그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전체 정규직 채용에서 ‘소개나 추천’을 활용한 사례는 60.1%로 집계된 반면, 전체 비정규직 채용에서 ‘소개나 추천’을 활용한 사례는 66.5%에 이르렀다.
남성과 여성도 차이가 있었는데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10% 포인트 가량 인적 네트워크에 보다 의존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 선진국보다 인맥 의존도 높아..인프라, 신뢰 등 부족
이러한 한국 고용시장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30여 회원국을 대상으로 사회과학 주제들에 관한 국제적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에 따르면, 1인당 GDP와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간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인당 GDP가 높은 국가일수록 구직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높은 인맥 의존도는 고용서비스 관련 사회적 인프라, 신뢰 등의 사회적 자본, 산업기반의 영세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봤다.
이어,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나 산업기반의 영세성 등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반면, 고용의 사회적 인프라 확충은 정부의 적극적 의지로 개선 여지가 많은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우리나라 공공고용서비스에 대한 지출수준이 OECD 평균 수준(GDP 대비 0.16%)으로 확대될 때 우리 노동시장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는 대략 5%포인트 가량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