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동거와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저출산 극복할 수 있다"
초저출산의 고비를 넘어서기 위해 동거와 혼외출산 등 개방적 생활양식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6일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사회가 초저출산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출산장려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미혼율의 급격한 상승세에 대응한 전 사회적 노력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특히, 서구와 달리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특성상, 비혼·만혼 추세는 향후 출산율 회복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아시아 선진국 초저출산 현상
대다수의 OECD 선진국과 달리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선진국들만이 우리나라와 함께 초저출산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World Factbook(2011)에 따르면, 아시아 선진국들의 합계출산율은 모두 1.23 이하로 전체 222개 비교대상 국가 중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여성들의 35~39세 미혼율을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일본, 대만, 홍콩이 모두 20%를 넘어섰으면 싱가포르도 최근 17%를 넘어섰다.
한국의 경우 35~39세 여성 미혼율이 2000년도까지 4.3%로 양호한 편이었으나 최근 12.6%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국의 초혼연령 역시 2000년에 남자 29.3세, 여자 26.5세였으나 2010년 남자 31.8세, 여자 28.9세로 증가했다.
청년층 1인 가구 비중도 늘어 우리나라의 미혼율과 초혼연령의 급격한 상승세를 실감케 했다.
20대 인구 중 혼자 사는 인구 비율은 지난 2000년 7.2%에서 2010년 11.6%로 상승했고, 30대 인구 중 혼자 사는 인구 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5.1%에서 10.1%로 두 배 늘었다.
◇ 여성 경제활동 증가로 미혼율 상승
보고서는 미혼율의 급격한 상승 원인을 젊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서 찾았다.
지난 10년 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0년 65.4%에서 2010년 80.5%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만 25~29세 여성 고용률은 2000년 53.7%에서 2010년 66.2%%로 무려 12.5%포인트 늘었으며, 만 30~34세 여성 고용률도 같은 기간 47.3%에서 52.9%로 5.6%포인트 증가했다.
◇ 동거·혼외출산 확산으로 유럽 출산율 유지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가 반드시 출산의 급격한 하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은 여성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만혼화와 비혼화 현상을 보다 일찍 경험한 유럽의 경우, 여성의 학력상승과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에 발맞춰 젊은이들의 생활양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즉, 동거형태의 가정이 확산되고 가정 내에서 남녀 간의 성역할이 재정립됐으며, 결혼이 아닌 동거상태에서의 출산도 점차 일반화 됐다는 이야기다.
유럽 주요국에서 성인 만 25~45세의 가정형태를 살펴보면, 4분의 1가량이 동거상태로 생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OECD 평균 혼외 출산율도 1980년도에 11% 수준이던 것이 최근 35%를 넘어섰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성 간의 파트너십에 근본적 변화가 형성되면서 결혼지연 현상이 출산율 급락을 직접적으로 야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동거문화나 혼외출산 등의 서구적 생활양식이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 풍토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갈등 없이 흡수되기는 힘들지만 미혼율의 상승과 비혼인구의 증가에 대응해 초저출산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적극적 노력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보다 유연한 생활 양식이 부작용 없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초저출산 해결책으로 기혼자들에 대한 출산장려를 넘어서 미혼율 상승세에 맞선 적극적 대응책이 필요하며, 임대주택정책의 개선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