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럽전역에 국채금리 '7%의 공포'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국채금리는 장중 한 때 7%를 넘어서며 유로존 출범이후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금리도 새정부 출범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국채와 독일 국채의 금리 스프레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각국이 위기 진화에 안감힘을 쓰고 있지만 이견차는 여전하고, 돌아오는 국채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 스페인·프랑스 국채 싸도 안산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싼값에 국채입찰에 나섰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스페인은 35억6000만유로규모의 10년물 국채를 발행했다. 당초 목표치인 40억유로에 못 미치는 수준.
입찰 금리는 6.975%로 지난 10월20일 직전 국채 발행 당시 금리 5.433%보다 높았지만, 응찰률은 1.54배로 직전의 1.76배보다 내려갔다.
세르칸 에라스란 베스트 도이체란데스방크 애널리스트는 "20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정치 리스크가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도 이날 총 69억8000만유로 규모의 3년, 5년물 국채를 발행했지만, 발행 목표치인 70억유로를 달성하지 못했다.
5년물 입찰 금리는 2.82%로 지난 10월20일 국채 발행 당시 금리 2.31%보다 상승했다.
프랑스의 경우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데다 신용등급 AAA를 부여받고 있는 국가라 시장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스튜어트 톰슨 이그니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유럽에서 신용등급 AA를 하회하는 국가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이탈리아 ·그리스 새정부 기대보단 걱정앞서
시장은 이탈리아과 그리스가 새정부를 꾸렸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늘지 않는 모습니다.
마리오 몬티 신임 총리는 정치인을 배제한 전문가 중심으로 내각을 꾸렸다. 현재 몬티내각은 상원의 신임 투표를 통과하고, 하원 투표를 남겨두고 있다.
몬티 총리가 연금과 세금시스템 개혁, 정부 규모 축소 등을 통해 긴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하며 6% 후반대로 마감했지만, 장중 7.2%에 진입하는 등 여전살얼음판을 걸었다.
그리스 역시 루카스 파파데모스 신임 총리가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했지만 정치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채 금리는 장중 33%를 넘어서기도 했다.
◇ ECB 국채 매입에도 국채시장 요동..각국 이견 여전
유럽중앙은행(ECB) 위기국들의 국채를 매입하고는 있지만, 국채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투자자들이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독일을 제외한 국가들의 국채를 팔고 있다. ECB의 방침과 회원국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채시장 개입 효과가 제한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ECB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임무로 내세우고, 국채 대량 매입으로 인해 물가가 높아지고 위기국의 재정 개혁 의지도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CB의 역할론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는 또다시 맞붙으면서, ECB의 시장개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CB가 채권시장에 과감히 개입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의 조약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경제개혁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다음 희생양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랑스는 독일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발레리 페크레스 프랑스 예산장관은 "ECB의 역할은 유로화뿐만 아니라 유럽의 재정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ECB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리차드 포르테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결국은 메르켈과 사르코지가 합의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언급했다.
ECB 개입 효과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양국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는 한 유로존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