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된 지 3년째인 현재, 우리 밥상에 이른바 똑똑한(W.I.S.E)식단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W.I.S.E'는 ‘웰빙’(Well-being), ‘고물가’(Inflation), ‘싱글용’(Single), ‘간편한’(Easy)을 이르는 개념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최근 닐슨컴퍼니의 소비자 패널자료를 입수해, 전국 3천명 가정주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3년, 장바구니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웰빙’으로, 지난 3년간 웰빙음료로 각광받았던 홍초·흑초와 같은 건강식 식초음료가 무려 112.2% 증가했고, 커피의 소비 증가(0.1%)보다는 차음료 소비가 14.2% 늘었다. 무가당, 유기농 등 다양한 요구르트 제품도 7.1%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또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우려로 생선 소비가 14.0% 주는 등 수산물 소비가 4.1%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 연안에서 길러진 김은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김 판매는 22.4% 증가했다.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이 몰고 온 식단의 변화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가격이 폭등했던 돼지고기 소비는 1.8% 감소했지만, 호주·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증가로 쇠고기 소비는 8.1% 증가했고 건강식품으로 뜨고 있는 오리고기는 24% 상승했다.
‘돼지소비 대체 현상’은 30대, 40대 가정에서 두드러졌는데, 소고기 소비는 각각 16.0%, 3.9% 늘어난 대신 돼지고기는 7.5%, 6.3% 줄었다. 다만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가정은 상대적으로 비싼 소고기를 9.0% 줄이고 저렴한 닭고기(23.8%), 돼지고기(16.1%), 오리고기(3.2%) 소비를 늘렸다.
이어 육류를 대체하는 소시지나 햄류는 25.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통조림(13.7%), 만두(10.9%), 오뎅(17.7%)도 두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로 외식이 감소한 데 비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가정이 지속적으로 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표적 조미료로 꼽히는 ‘맛소금’의 소비는 54.4%나 늘어났고 후추(11.8%), 참기름(9.3%)의 소비가 꾸준히 늘었다.
식기세척시 필요한 고무장갑·행주 등 주방잡화(9.7%) 소비도 상승했다. 반면 원당·밀 등의 수입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설탕과 밀가루의 소비는 각각 8.2%, 27.0%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또 최근 ‘싱글’가정의 증가와 더불어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접목된 ‘간편식’ 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즉석 레토르트식품(즉석 밥·죽 등으로 대표)은 56.3% 증가했고, 씨리얼 판매도 35.6% 상승했다.
냉동·냉장식품이 3.3% 증가한 가운데, 1~2인 가구의 소비는 12.0% 증가했다. 소가족 구조가 많은 20대가 27.6% 냉동·냉장식품 소비를 늘린 것으로, 30대는 3.4%가량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레저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스포츠 음료는 37.2% 증가했고, 생수 소비도 26.9%로 크게 늘었다.
우리 주부들은 월 평균 장을 보기 위해 약 2만34369원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주부들의 장바구니 금액은 1회당 2만6041원으로 조사됐으며, 장보기 횟수는 월 9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 장바구니 지출(22만1988원)에 비해서는 5.5% 늘어난 것으로 수치다. 세대별로 30대, 40대 주부의 장바구니 지출은 -5.8%, -4.2%로 줄어든데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50대는 14.2%로 더 늘었다. 싱글이나 맞벌이 부부가 많은 20대의 장바구니는 -0.3%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소득별로는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정이 -24.7%, 200만원대 가정은 -5.6% 장바구니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 가구는 14.5% 지출을 늘렸다.
지난 1년간 평균적인 장바구니 속을 들여다보면, 농축수산물이 55.4%(농산물 30.3%, 축산물 16.8%, 수산물 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우유·요구르트(5.8%), 대용식(5.1%), 냉동·냉장식품(4.7%), 과자(4.6%) 등이 뒤를 이었다.
주부들이 장을 보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대형마트(40.4%)였으며, 다음으로 전통시장 및 정육점 등 단품매장(25.7%), 개인슈퍼(17.9%), 농수축협(6.1%), 기업형슈퍼(4.2%), 인터넷(2.9%), 백화점(1.8%) 등으로 나타났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3년간 고물가현상과 생활패턴의 변화들이 국민들의 소비패턴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며 “변화된 소비패턴에 부응하기 위한 소매유통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