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분양했지만 분양성적이 극과 극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지역간의 입지차이와 얼마나 시장상황을 잘 분석해 지역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만들어 분양했느냐가 분양 성패를 가른 것이다.
수요자 심리가 분양 성패를 좌우하는 분양시장 특성상 한번 미분양 단지로 낙인 찍힐 경우 나머지 분양물량의 판촉까지 어려워져 장기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택업계는 어려운 시장 타파를 위해 좋은 입지 선정은 물론 가격 책정 등 분양 초기단계부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 희비 엇갈린 송도 신도시, "타이밍이 성공의 열쇠"
올해 극심한 시장 침체속에서 분양한 송도 지역은 철저한 수요분석을 통한 분양마케팅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올초 분양한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의 경우 삼성이 송도에 바이오산업 투자를 선언한 시점에 맞춰 분양시기를 정하고 지역에서 수요가 살아있는 중소형 비율을 상향하는 치밀한 분양 마케팅을 펼치며 현재 70%대의 계약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11월 분양해 청약접수 16건이란 굴욕 끝에 현재 분양에서 철수하고 재분양을 선언한 RC2블록 웰카운티 5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웰카운티는 인천도시공사의 발주로 포스코건설이 시공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같은 건설사가 지었지만 공급전략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웰카운티는 공공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했고, 전용 85㎡ 초과 물량을 전체의 67%로 공급하면서 철저히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그 동안 송도지역에 기 공급된 물량 중 67%가 전용 85㎡ 초과 물량으로 송도지역 미분양의 대부분도 중대형이 차지하고 있다"며 "일부 중소형아파트는 5000만~6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는데 금번 웰카운티 분양실패가 송도 전체의 상황으로 비춰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스코(005490)건설은 이례적으로 오는 12월 분양예정인 '송도 더샵 그린워크'의 설계변경까지 단행하며 중소형 비율을 76%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년 만에 송도에서 뛰어난 입지여건을 갖춘 송도국제업무단지(IBD)내에 분양하는 단지임에도 현 시장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요자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다.
분양가격도 현재 송도IBD지역 내 주변지역 시세수준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어서 분양결과도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심을 찌르는 마케팅으로 분양성공을 이뤄낸 아파트도 있다. 최근 충남 세종시에서 청약돌풍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감한
대우건설(047040)의 ‘세종시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최대 고민인 자녀교육시설에 대한 니즈를 파악해 교육특화 마케팅을 벌임으로써 최고 36.9대 1, 평균 6.37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하며 세종시 민영아파트 청약열풍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세종시 포스코 더샵은 행정타운과 인접한데다 금강, 호수공원을 더블로 조망할 수 있는 최상의 입지여건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청약열풍을 이어갔다. 이들은 하나같이 세종시 띄우기에 열중하는 한편 자사의 분양사업장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수요자를 청약에까지 이끌어낸 것.
◇ 뛰어넘을 수 없는 입지의 벽 분양 승부 갈라
판교 불패 신화속에서도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판교와 서판교의 차이는 확연했다.
분당 옆동네로 신분당선이 지나고 테크노밸리 개발, 알파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동판교 지역 아파트는 청약 당시 인기도 높았지만 입주 후 프리미엄도 큰폭으로 서판교를 따돌렸다.
전세와 매매가격이 이미 분당신도시를 뛰어넘고 이미 명문학교까지 생겨나면서 보평초등학교 주변 전셋값은 4억원 내외로 형성돼있을 정도다.
최근 지방 분양시장 활황세를 견인하고 있는 대전지역에서도 입지에 따른 분양성적 차이가 드러난다.
대전 유성구와 서구에 걸쳐있는 도안신도시에는 최근 대전에서도 주거선호도가 높기로 유명한 유성구 쪽에 분양한 대전 도안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이 평균 6.7대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고, 대전도안 트리플시티 5블록도 평군 5.9대 1로 청약접수를 마쳐 서구 지역에서 분양해 1순위 마감행진을 이어가지는 못한 다른 단지들과의 선호도 차가 컸다.
또 청약열기가 꺾이고 있다는 위험신호가 나왔던 부산지역에 또다시 청약열풍을 부활시킨 장본인이 있다. 바로 부산에 처음으로 래미안아파트를 선보인
삼성물산(000830)이다.
지난 16일 실시한 부산 해운대구 중1동 '래미안해운대' 일반청약에서 평균 청약 경쟁률 81.45대 1, 최고 경쟁률 252.25대 1의 경이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운대지역은 부산의 ‘강남’으로 꼽히는 곳으로 교육과 편의시설 등 최상의 주거여건을 갖춰 부산부동산시장의 침체 신호에도 불구하고 청약 대박을 이뤄냈다. 입지 차에 따라 청약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은 보금자리주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지역은 아니지만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례다.
지난 9월 당첨자가 발표된 강남보금자리지구 A1블록 전용면적 84㎡ 주택형의 일반공급 당첨자 커트라인은 서울 2201만원, 수도권 2020만원이었다. 반면 경기도 고양 원흥지구 사전예약 당첨자는 오히려 2명 중 1명이 본청약을 포기했을 정도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같은 보금자리주택이어도 강남권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최대 70%까지 저렴한 반면 수도권 외곽의 보금자리지구는 주변 시세 수준에 불과해 기대차익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