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은 과거에 비해서 많은 수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10년부터 20년 구간에서 정체를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R&D를 통해 어떻게 하면 발전 원동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홍창우 이노비즈협회 전무)
"지금껏 중소기업 R&D는 성과 지향에 그쳤다. GDP대비 특허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특허는 지금 현장에서 얼마나 잘 사용되고 있는가…. R&D를 왜 하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한다."(김기찬 중소기업학회장)
"생계형 R&D, 그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한다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목마른 부분이 많다. 중복되는 부분을 줄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
오는 2017년이면 정부의 R&D 지원금액이 4조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의 3배 가까운 금액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비중을 현재 12%에서 17%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정부차원의 중소기업 지원 제도나 대책은 세계 최고 수준. R&D를 통한 특허건수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R&D 지원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사용할 수 있을지, 정부와 학계, 전문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댔다.
◇ "성과 지향 R&D, 빈껍데기 특허로 남아"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주최, 벤처기업협회와 이노비즈협회가 공동 주관한 '중소기업 R&D 지원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R&D 지원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중소기업 연구개발지원 전략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현재 R&D 투자 비중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되고 있는 기술 수준과 수출 비중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홍창우 이노비즈협회 전무는 "중소기업 보유 특허건수는 3~4건에 그치며 연구 인력도 전체 증가에 비해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줄어드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주로 정부에서도 기술개발에 대부분(85.9%)을 투자하는 등 한쪽에 치우쳐진 경향이 많아 투입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의 중소기업 R&D에서는 연구기간 3~5년, 과제당 연 15억~20억의 중장기 대형과제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연구기간이 3년 이하인 경우가 81.8%에 이르고 과제당 3860만원으로 나타나는 등 현장과 괴리돼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초·중급 연구 인력에 대한 지원 사업이 거의 없는 실정. 부처간 중복투자가 심해 지원에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본부장은 "공동 연구과제 제한을 두는 규제를 중소기업에는 예외로 두고 교수와 연구원을 평가할 때 중소기업 지원 실적을 강화하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며 "기술료와 관련해서도 감면제도를 90%까지 올리는 등 표준화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손 많이가는 중기 R&D..현장이 원하는 환경 만들어야"
각종 행정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광재 한국산학연협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 R&D는 규모가 작음에도 선정 단계부터 최종 평가, 그 이후 사업비 정산과 사후 관리까지 3년 이상 중장기 과제와 똑같은 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연구 사업 관리지침이 700페이지까지 되는 현실에 어떤 교수들이 소규모 과제에 참여하겠냐"고 반문했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도 "지원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여전히 정부의 혜택을 못받는 기업들은 목마른 상태"라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접 개발비 비중을 확대하고, 연구기자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게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연구개발지원 체계를 핀란드처럼 유형별, 사업목적별로 나눠 수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겸임 교수나 개방직 공무원 임용에 우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기술료 부분에서도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문수 한국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체 연구사업비에서 20%의 정액료율을 책정하는 것을 정부출연금에서 대학 등이 사용한 부분을 빼고 정액료율을 책정하도록해 산학, 학연의 협동연구를 활발히 하는 방안도 모색해야한다"며 "참여율 제한 규정도 중소기업에 한해 예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돈이 만병통치약 아냐..R&D에 대한 본질적 고민 필요"
그러나 이미 많은 지원책과 제도가 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찬 중소기업학회장(카톨릭대 교수)은 "왜 하느냐에 대한 고민 없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GDP대비 특허건수가 가장 많은 곳인 우리나라에서 특허의 남발은 R&D 자금으로 이뤄진게 특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현장과 어떤 부분에서 연계가 될 수 있을지 R&D문제가 선순환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전략성과 효율성 높이고 인력이 집중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된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왜 하느냐는, 지원에 대한 성찰도 많았다"며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능한 많은 공통 분모를 뽑아내 중소기업이 활기차게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9월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포럼'을 시작으로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전략'을 마련 중이며,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앞으로 운영위원회와 본회의에 상정해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