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그룹이 7일 정기 사장단인사를 단행하면서 내년도 사업의 큰 틀도 윤곽을 드러냈다.
삼성의 이번 인사의 특징은 크게 삼성전자의 부문 분리와 중국 시장 공략, 플랜트를 중심으로한 공격적인 해외 건설시장 확보, 금융부문의 쇄신 등으로 볼 수 있다.
◇ 권오현 부회장, 세트와 부문 분리..공동대표제 이슈 부각
우선 삼성전자 부품사업부문 수장인 권오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됨으로써 주력 사업장인 삼성전자의 완성품(세트)과 부품의 분리 운영에 대한 본격적인 채비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 등 해외 각국의 가전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납품하면서 고객의 핵심 정보를 빼간다'는 식의 공격을 받아왔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미 지난 7월 권 부회장 내정자에게 부품 사업을 총괄하도록 체제를 변화시킨 데 이어 이번에 다시 권 부회장을 승진시킨 것은 이를 불식시키려는 뜻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3월 주총에서 권 부회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돼 세트부문 수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투톱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 강호문 부회장, 삼성전자행..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 ↑
중국 본사 강호문 부회장의 삼성전자행은 내년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품 공급을 통해 기업대기업(B2B) 사업만 진행하는 일본쪽과 달리 강 부회장은 중국시장에서 ‘또 하나의 삼성’을 만드는 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세트와 부품 모두를 총괄해서 중국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설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필두로 중국내 제2의 삼성 완성이라는 큰 그림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라는 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고 평가했다.
강 부회장은 삼성전자 중국내 마케팅 전략 수립부터 공장 운영, 투자계획 등 거의 모든 권한의 위임 받아 보다 공격적으로 중국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정연주 부회장, 해외플랜트 공략 가속화 전망
정연주
삼성물산(000830)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삼성물산의 해외사업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해외플랜트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 내정자는 올 한해 '플랜트 관련 부문의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플랜트 사업에 집중한 바 있다.
또 해외통으로 알려진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총괄기획 사장 이동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영업력 강화와 삼성물산과의 협업 문제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해외 매출이 90%를 차지하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이건희 회장을 수행하면서 쌓은 해외 네트워크와 제일모직 시절 보여준 기획통으로서의 능력을 가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부문 순환인사, 조직 환기 차원
금융부문은 시장의 예상대로 자리 이동폭이 컸다. 하지만 문책성 인사라기보다는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의 순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치훈 사장의 유임은 기존 카드업계와 다른 행보를 더욱 과감하게 실행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의 2선 퇴진은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4년이라는 오랜기간 대표이사직을 맡았다는 점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은 삼성전기의 박종우 사장을 제일모직 사장에 앉히며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