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내년 3월 농협의 신용ㆍ경제분리(신경 분리)를 놓고 농협 내부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농협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대로 신경 분리가 진행될 경우 ▲ 금융지주 BIS 비율 하락 ▲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 ▲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 등의 문제들이 거론됐다.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농협 신경 분리의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③
내년 3월 농협의 신경분리를 앞두고 그 이전까지 전산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사고 있다,
9일 농협 내부에서 작성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농협정보시스템에서 개발 중인 전산 시스템의 경우 내년 3월 2일 신경 분리에 맞게끔 구축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2017년 계획된 신경분리가 무리하게 앞당겨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농협 내부에서는 “손으로 직접 적으면서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 신경분리를 앞두고 문제점을 지적한 농협 내부 자료 중 일부
금융지주로의 출범을 앞두고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 전산통합이다. 작년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KB국민은행 한 곳만 10년간 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 했다. 농협 내부에서는 독자적인 전산 시스템 구축은 일러야 2013년 9월쯤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금고 사업 부실 우려
현재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중 50%를 차지하고 있는 금고사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2012년부터 제2금융권의 단위 농협 조합들도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취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년은 특히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이슈가 많다보니 지자체장이 단위 농협에 금고 업무를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이 출범해도 단위 조합들과 금고경쟁을 벌여야 할 지경이다.
자본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탄생하는 ‘농협은행’에 금고 업무를 맡길 지자체는 많지 않다.
농협 내부에서는 농협은행 출범시 농협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이 현재 상위권에서 지방은행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자체들은 지방세 수납실적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 사업을 중시해 금고 업무를 맡기는 데, 영리단체인 농협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조합실적을 인정하지 않는 지자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금고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 농협이 기존 금고 시장을 수성(守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보험 상품 경쟁력 없어
농협은 금융지주 밑에 보험 계열사도 둘 예정이지만 상품경쟁력과 노하우가 없어 상품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단위 조합은 농협의 보험 상품만 팔아야 하지만 농협상품의 인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신설 보험사의 경우 관례상 가입금을 예금보험공사에 예치해야 하는데 중앙회가 1600억원, 조합이 1000억원 수준이다. 중앙회는 현재 1600억원을 1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협상 중이나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현재 신설 보험사는 서울 충정로 본사가 아닌 강남 일대에 설립될 예정인데 농협 내부에서는 '불필요한 임대료가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 현재 상태론 안 돼.. 2017년으로 연기해야
결국 농협 내부에서는 "충분히 준비한 후 농민을 위한 제대로 된 금융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협 내부 관계자들 역시 "현재 계획대로라면 신경분리 이후 농협 금융지주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최근 연임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농협법 개정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10월말 국회 농식품위 최인기 위원장이 농협법 재개정을 2017년까지 연기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 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금융노조 주최 촛불 집회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농협 신경분리는 이후 농협이 부실해지지 않고 안전하게 설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신경분리 2017년 연기를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정부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된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협 스스로 꾸준히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