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이달 말 쯤이면 10여개 자산운용사들이 제1호 타이틀을 내걸고 잇따라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 동안 증권관련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많았던 국산 헤지펀드가 비로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울러 헤지펀드에 투자자를 끌어다주고 헤지펀드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등 핵심 파트너 역할을 담당할 증권사(프라임브로커)들의 활동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국산 헤지펀드 출범을 앞둔 금융당국 역시 준비작업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11월에는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함으로써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전체 헤지펀드에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재간접헤지펀드(사모펀드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의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설정하는 등 모범규준도 제정했다.
더 큰 틀에서는 정부가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2008년 본격화된 금융위기 이후 펀드시장이 급속 위축됐고, 지난해 급성장했던 랩어카운트(Wrap Account·자산종합관리계좌) 인기도 수익악화로 정체된 상황에서 업계는 새로운 활력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도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에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란 우려 역시 만만치 않은 듯하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헤지펀드 운용사 인가기준을 펀드와 일임재산 수탁고 10조원 이상으로 설정해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실력과 관계없이 시장 진입조차 차단당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수익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용사의 운용능력이 중요한데도 일괄적으로 수탁고를 잣대로 삼은 결과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으로 제한한 것이 사회적 위화감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고액 자산가들만 투자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부자들만의 투자수단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재간접헤지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인 1억원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각조차 어려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본금에 비해 수익성이 그만큼 확보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부장은 "프라임브로커 자본금 규모가 결과적으로 몇몇 대형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중소형사들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하지만 제한된 수익을 여럿이 나눠갖는 구조여서 실제로 증권사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