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형 절반만 일치해도 골수이식 가능"

서종진 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교수팀 연구

입력 : 2011-12-12 오후 4:31:23
[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치료가 어려워 난치병이라고 여겨졌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12일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소아종양혈액과 교수팀이 2009년 반일치 골수이식을 받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의 회복 경과를 관찰한 연구논문을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크리스마스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 혈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난치성 혈액질환으로 평생 수혈이 필요한 질환이다.
 
이 병은 골수를 기증해줄 공여자와 환자의 조직적합항원(HLA)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골수이식을 통해서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을 가능성은 10명의 환자 중 1-2명에 불과하며, 가족 중 완전 일치자가 없을 경우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해야 하는데 타인과의 일치 확률은 2만명당 1명 정도로 지극히 낮다.
 
반일치 골수이식이란 조직적합항원이 절반 정도밖에 맞지 않더라도 골수이식이 가능한 최신 수술법이다.
 
서종진 교수팀은 이식과정에서 면역 부작용을 일으켰던 이른바 ‘문제의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생착 실패나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등의 부작용이 줄어들어 이식 성공률이 높아진다.
 
즉, 공여자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뽑아낸 다음 CD3 양성 T-세포와 CD19 양성 B-세포 등 면역 부작용을 일으키는 세포만 제거해 이식하면 부작용 발생이 줄고 생존율은 높아지는 것이다.
 
기존 완전 일치 골수이식술에서는 8개의 조직적합항원이 모두 일치해야 했지만, 반일치 골수이식 방법을 이용하면 항원이 3개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다.
 
이식 결과를 관찰했을 때 초기 백혈구 생착이 기존 2주 이상에서 10일 정도로 빨라졌다.
 
또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위험이 매우 낮으며 만약 생착 실패가 되었더라도 즉각적인 2차 이식이 가능한 성과를 얻었다.
 
현재 2009년에 반일치 골수이식을 시행한 4명의 환자 모두 완치 후 평균 18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식술을 받은 10명의 환자들이 모두 완치돼 경과를 관찰중이다.
 
임호준 교수는 “적합한 공여자가 없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할 기회조차 없었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 완치를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생착 실패 : 골수 공여자로부터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 시킨 후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속에서 정착해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환자의 세포가 외부에서 들어온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거부하는 반응이다.
 
▲ 이식편대숙주질환 : 골수 공여자(이식편)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가 이식된 후 환자(숙주)의 몸을 공격하는 면역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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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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