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이번 건은 끝난 딜(deal) 아니겠나?"
글로벌제약사 머크(merck)가 78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한화케미칼(009830)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내 생산판매에 복병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무산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제약사 암젠(Amgen)은 지난달 한화케미칼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의약품 '엔브렐(Enbrel)'에 대해 잠수함특허(Submarine Patent)를 들고 나왔다.
애초 내년이면 특허만료시점이 도래해,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가능할 예정이던 상황에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잠수함특허는 출원 후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성립시키는 특허다.
특히 미국의 특허제도에는 출원 중인 특허안건을 공개하는 제도가 없어 특허의 유효기간이 심사기간과 상관없이 특허 성립으로부터 17년간 이어진다. 이에 따라 엔브렐은 추가로 17년간 미국 내에서 특허로 보장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화케미칼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머크의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라며 "머크에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번 건에 대해 한화케미칼이 자문을 구해 왔다"며 "머크가 막대한 소송 비용을 무릅쓰고 이번 개발을 이어가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번 계약 자체를 깰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은 물론, 업계와 산업 전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 지사를 둔 한 글로벌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제약사들이 잠수함특허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오리지널 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의 판매 자체를 막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머크가 막대한 소송 비용을 감당하고 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겠다고 판단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머크는 아직까지도 미국 내 임상시험과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머크의 김규찬 박사는 "바이오시밀러를 제품화한 뒤,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판매할 지 여부는 본사 차원에서 고민하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내년 상반기 미국 내에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머크가 이번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3년 정도의 검토 기간을 거쳤고, 오랜 기간동안 몰랐을 리 없다"며 “머크의 바이오 총괄사장이 법무팀의 엄격한 지원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셀트리온(068270)은 최근 엔브렐의 미국내 특허가 연장된 것과 관련해 "미국시장에 국한된 특허이므로, 이 특허가 유럽을 포함한 타 국가에서도 동일 또는 유사하게 적용되거나 타 제품에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엔브렐과 같은 적응증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과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를 엔브렐 이전에 먼저 출시할 예정이어서, 엔브렐의 미국특허 종료 연장이 우리 전체 바이오시밀러 출시계획과 매출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