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카드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체크카드로 소비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데다 수익측면에서도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에 비해 적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 카드사 "체크카드 혜택, 신용카드 못 이겨"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안에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실제 사용자인 소비자가 과연 체크카드로 이동할 지는 의문이라는 게 카드사의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미리 여윳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미 '외상' 개념인 신용카드에 맞춰진 소비패턴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
직장인 김씨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통장에 그만큼의 잔액이 없어 쉽게 바꿀 수 없다"며 "당장 체크카드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번 달에 빠져나가는 신용 카드 값을 제외하고도 앞으로 한달 간 사용해야 하는 생활비가 통장에 들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도 "이미 소비패턴이 신용카드에 맞춰진 소비자들이 많다"며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옮기려면 여윳돈이 있어야 해 쉽게 소비자들이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6월말 현재 신용카드의 개수는 1억2000만장을 넘어섰고, 체크카드는 8026만장 수준이다.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점도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낮아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혜택을 축소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지만,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더 많은 혜택을 가질 수는 없다고 카드사들은 입을 모았다.
체크카드는 할부뿐만 아니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으로 인한 수수료 수익이 전혀 없어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혜택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카드사 관계자는 "아무리 체크카드의 혜택을 늘리라고 당국에서 압박해도 수익구조상 신용카드를 따라갈 수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하고 소비자들이 체크카드로 이동할 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 겉으론 '체크카드 출시'..속내는 '신용카드 고객 잡기'
또한 카드시장에 체크카드가 속속 등장해 금융당국의 입장을 카드사들이 따르는 듯 비춰지지만, 카드사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초반에는 체크카드를 사용하지만 향후에는 신용카드 사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체크카드 출시는 결국 이들을 새로운 신용카드 고객층으로 유도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전략인 셈이다.
즉, 다양한 혜택을 가진 체크카드를 '미끼'로 추후 돈 되는 신용카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카드사의 연령별 체크카드 이용액 비중을 보면 20대가 전체 이용액 중 42.7%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다가 같은 카드사의 신용카드로 바꾸는 사회 초년생들이 많다"며 "체크카드 고객이 결국 신용카드 고객으로 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체크카드 발급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소득공제 혜택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지급결제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장기간으로 실효성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