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산업은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무점포 영업으로 계좌개설이 급증하면서 민영화를 앞두고 개인고객 확보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무점포 서비스 사업 구상 당시만해도 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무점포 영업이) 되겠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는 'KDB다이렉트' 뱅킹으로 산은은 서비스 시작 2개월여만에 신규계좌 7000개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산은, 다이렉트 뱅킹 2개월 만에 6798개 계좌 개설
1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달 12일 현재 다이렉트 뱅킹을 통해 개설된 계좌는 총 6978개, 모집액은 잔액기준 1970억원에 달한다.
다이렉트 뱅킹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계좌개설을 신청하면 본인 확인절차를 위해 은행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즉석에서 계좌를 개설해 주는 서비스다. 신청 후 계좌개설 완료까지 통상 이틀 안에 작업이 마무리 된다.
기자가 13일 오전 9시30분 직접 다이렉트 뱅킹을 신청해 본 결과 약 1시간 뒤에 실명확인 직원이 정해졌다는 문자가 왔다. 그리고 잠시 후 담당 직원이 당일 방문이 가능한지 전화로 물어와 방문 5분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산은은 서비스 초반 예상보다 고객 신청이 쇄도해 실명확인 행원을 10명에서 40명으로 늘리고 고객들의 지점 방문을 통해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다이렉트 뱅킹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며 "예치금이나 카드실적, 계좌이체 등 조건에 따라 4~5%의 금리를 주는 타은행들과는 달리 다이렉트 뱅킹은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3.5%의 고금리를 주는 것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은 입소문에 힘을 싣기 위해 이달 1일부터 TV 광고도 시작했다. 하지만 광고는 한 달만 할 계획이다. 광고비용도 줄여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고금리를 주기 위해서다.
산은 관계자는 "시점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다이렉트 뱅킹의 목표고객은 100만명"이라며 "현재 고객모집이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보다 공격적이고 정밀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점포 영업 성공 논하기 아직 일러"
하지만 다이렉트 뱅킹의 산뜻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무점포 영업을 성공적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정호 금융산업경영연구실 실장은 "무점포 영업이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안정적인 모델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무점포 영업을 통한 다이렉트 뱅킹이 성공하려면 계좌나 개인고객 수, 예금액 등 양적 규모 증가도 중요하지만 비용경쟁력이나 고객 안정성, 보안 등 여러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고 해도 고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고금리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자금 조달 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아직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HSBC가 2007년 2월 산은의 다이렉트 뱅킹과 유사한 상품을 국내에 선보였지만 초반 개인고객 확대 열기가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HSBC는 처음부터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다이렉트 뱅킹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생각보다 마진이 높지 않아 사업을 자체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며 "산은은 다이렉트 뱅킹을 통한 다수의 개인고객 확보가 목표이므로 높은 마진을 남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들 무점포 전략 '시큰둥'
한편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의 무점포 영업 전략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13일 현재 전국에 116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국내 최다 점포망 보유라는 강점을 앞으로도 계속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내점 고객수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포수를 줄이거나 무인점포 전략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영업특성이 다르고 점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점포 영업을 확대하는 것일 뿐 무점포 영업이 은행업계에서 주류가 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이 신설점포를 개장하면 손익분기점 기준으로 초반 2~3년은 적자가 발생하지만 통상 3년 이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때문에 굳이 무점포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무점포 영업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향후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점포수 축소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3일 현재 신한은행은 전국에 96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