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제2금융권 대출도 가계폭탄으로.."명백한 정책실패"

이미 예고된 풍선효과..규제만 했을 뿐 대안은 없었다
“정부·당국이 내년 경제 뒤흔들 핵폭탄 키웠다” 지적
일자리 만들고 대출금리 낮춰 상환능력 키워야

입력 : 2011-12-15 오후 4:46:14
[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은 금융당국의 명백한 ‘정책실패’라는 평가다.
 
은행권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풍선효과’ 임에도, 규제만 했을 뿐 적절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내년 우리 경제를 뒤흔들 ‘핵폭탄’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낮추고 일자리를 마련해 가계대출 상환능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 보험 약관대출 중심 가계대출 증가..정책실패
 
최근 제2금융권의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는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1금융권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다.
 
그 중심에는 보험사의 약관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약관대출이란 보험가입자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보험을 해약할 때 받을 수 있는 돈) 범위 내에서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6월29일 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은행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들이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보험사를 자금조달 창구로 삼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계가 보험회사에게서 받은 대출금은 3분기에만 3조원을 넘어섰다.
 
전 분기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일 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자금순환통계표 작성을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상반기 대부업체의 대출금도 지난해 말에 비해 1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신규 대출자 중 생계형도 10명중 4명 꼴로 늘었다.
 
제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월말 289조3000억원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452조원의 무려 3분의2에 달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이는 결국 당국의 정책 실패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현상은 명백한 정책실패”라며 “이미 예견됐을 뿐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수요를 1금융권에서만 인위적으로 막다보니 제2금융권에서의 가계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이자 부담 등 서민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 정부·금융당국 뒷북대책..실효성 ‘글쎄’
 
제2금융권 가계대출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때늦은 뒷북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가계부채안정 종합대책으로 은행권은 안정되고 있지만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가계대출을 단기에서 장기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이자 상환에서 원리금 상환으로 전환되도록 몇 가지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농협 조합과 신협을 비롯, 50개사를 선정해 늦어도 내년 2월말까지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300만원 초과 대출을 받는 대부업 이용자들을 상대로 대부업체의 변제 능력 조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현 추세라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내년 상반기 중 이미 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 등의 뒤늦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와 당국의 전 방위적 돈줄 죄기가 특히 올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생계형 채무자들의 목을 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30%가 한계차주로 불리는 신용등급 7등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연쇄적 부실은 2금융권 뿐 아니라 1금융권 등 금융전체의 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은 대출규제보다 안정적인 회수로 가야 한다”면서 “우선 제2금융권의 대출을 조절해 1금융권으로 돌리고, 금융회사가 일정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대출금리를 낮춰 소비자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문가 “일자리 창출·금리인하로 상환능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경제의 복잡성 등을 감안할 때 현 상황을 대출 억제만으로 막을 수 없으며, 대출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마련과 금리인하를 대표적 대책으로 꼽았다.
 
조 사무총장은 “대출 억제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한 방법인지만 대출에 대한 상환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출 수요를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서민들을 더 옥죄는 결과를 가져 온다.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대출 억제뿐 아니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부처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 다각적으로 정책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사무국장도 “현재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 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가 경기부양 위해 돈을 뿌릴 만큼 뿌린 상태기 때문에 대출금리 낮춰서 안정적 회수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출금리를 4~5%만 내려도 대출을 상환할 소비자는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이 경우 은행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고, 금융당국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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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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