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개국 종편의 초라한 20일 성적표

종편 3불 운동 등 반대여론 확산

입력 : 2011-12-22 오후 6:51:41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지 20일을 넘겼지만 존재감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인상이 뚜렷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한 데다 종편 모회사인 ‘거대신문’에 대한 반감의 연속선상에서 이들 채널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종편은 지난 1일 개국 이래 평균시청률이 0.4%를 밑도는 선에 그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0.00%라는 굴욕적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률조사기관 관계자는 “0%를 기록했다고 해서 아무도 안 봤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시청률을 집계할 때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쓰기 때문에 거기 잡히지 않은 수치는 0%로 쓴다”고 밝혔다.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을 비롯해 실험적 콘텐츠도 있고, 무엇보다 신생방송이 자리 잡기까지 최소 3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상파방송의 90%에 준하는 시청권을 갖고 있는 종편의 현 시청률은 참담하다는 표현도 아깝지 않다는 평이다.
 
실제 개국 전 지상파방송과 맞장을 뜨겠다고 호언했던 종편사 목소리는 어느새 쑥 들어갔다.
 
대신 종편을 운영하는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은 연일 자사지면에서 종편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유료방송 시청률로 이만하면 성공적이라는 자평을 쏟아내는 등 자신을 유료 케이블TV와 견주고 있는 실정이다.
 
종편 개국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초 시청률 목표치가 2% 수준이었고 그 같은 그 계산 아래 광고 매출 등을 전망했다"고 말했다.
 
종편의 굴욕적 시청률은 예고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이야기다.
 
사업자 선정부터 개국까지 주먹구구식에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종편 4사의 공동 개국은 JTBC(중앙일보 종편)가 과거 TBC 영광을 재현한다는 기치 아래 12월 1일로 못을 박자 남은 3사가 이를 따라하는 모양새를 취하다 정해졌다.
 
이 때문에 개국 이틀 전에야 유료방송 플랫폼의 채널 번호를 확정지었고 시험방송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방송만 전문으로 하는 YTN도 개국 이전 시험방송만 6개월을 했다”며 “종편의 개국은 관행에 비춰 대단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해 말 종편 사업자를 한꺼번에 4개나 선정한 일 자체가 국내 방송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파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가을 개편안이 나오는 시점에서 종편도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광고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종편으로서도 현 상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호기마저 잡기 어려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온라인과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종편 3불 운동’이 번지고 있다.
 
종편 시청 거부, 종편 투자기업 상품 불매, 종편 출연 거부 움직임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과거 ‘안티 조선일보 운동’과 비교해서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 진보색채 사회원로 20인이 종편 취재 거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2일에는 학계, 법조계, 문화계 인사 633명도 종편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왜곡, 편파, 선정적 과장보도를 일삼으며 ‘권력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 존중’이라는 언론의 ABC를 외면하고 있는 조중동 종편이 방송을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의미를 던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의한 ‘반 공공적’이고 오로지 장기 집권만을 노린 인위적인 언론구조 재편이 현실화된다는 것과 이미 현실권력이 된 자본권력이 광고와 협찬을 통한 간접 지배에서 종편의 보도, 제작에 개입하는 직접 지배에 나선다는 것이 그것"이라며 " 날치기된 언론악법을 무효화하고 종편을 취소하는 것은, 민주적인 언론을 복원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이어 의료인, 종교인, 체육인도 조만간 종편 거부 선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종편채널 삭제 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석훈 박사(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최근 한 온라인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종편의 가장 큰 적은 민주당이나 야당도 아니고 한겨레, 경향신문으로 상징되는 진보적 언론도 아니다. 바로 리모컨의 '채널 감춤' 기능”이라며 종편이 민주주의 발전에 저해되지 않을 때나 채널 감춤에서 풀어주자는 주장을 폈다.
 
여기에 지난 2008년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였던 소비자운동단체가 가세했다.
 
이요상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사무총장은 “우리는 과거 촛불정국 때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여 이들 신문의 지면을 최고 25면까지 줄어들게 만들었다”며 “어제(21일)부터 종편에 광고를 주는 기업 리스트를 트위터에 게재하기 시작했고 반응도 폭발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여론이 종편 모회사를 상대로 한 단순한 반감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편 출범을 강행한 쪽에서는 당초 글로벌미디어를 키운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출범을 반대한 쪽에서는 뉴스코퍼레이션 같은 미디어재벌이 등장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종편은 기존 방송에서 상상할 수 없는 조악한 방송사고를 연발하며 ‘반전’을 안겼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은 결국 콘텐츠가 관건일 텐데 현재로서 종편은 보여줄 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무리수를 둬가며 종편 출범을 강행시킨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입지를 더 좁아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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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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