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업계, 경제 위기로 그늘진 1년

공급과잉·수요부족으로 업체들 '흔들'..버핏이 통큰 투자하기도

입력 : 2011-12-28 오후 3:55:2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올 한해 태양광 산업의 그늘은 어느 때보다 짙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모든 태양광 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한편 일부 업체는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태양광을 대체 에너지로 주목하고, 통큰 투자를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태양광 산업의 1년을 돌아 본다.
 
◇ 日 원전사태, 태양광으로 눈을 돌려라!
 
지난 3월10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사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큰 자극제가 됐다. 사상 최악이라 평가받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는 일본 내에서 원존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에너지 환경회의'에서 오는 2050년까지의 원전 감축 방향을 정하고 로드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 도입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중국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계기로 신규 원자력 발전 승인 심사를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적극 나섰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은 오는 2015년까지 15기가와트(GW) 설치가 계획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기본 목표치의 2배인 10기가와트에서 5기가와트 더 늘린 양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위기가 기회다!..태양광에 주목한 그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제2의 스티브 잡스 손정의. 이들의 선택은 남달랐다. 세계 경제 위기로 태양광 산업이 휘청이는 데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는 통큰 선택으로 주목 받았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은 지난 7월 휴경 농지를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자연에너지협의회'를 출범시킨데 이어, 800억엔(약 1조원)을 투자해 사이타마(埼玉)현 등 10곳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일본 내 10곳에 200메가와트 이상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신청서를 내고 태양광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이달 초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버핏 소유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산하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미국 태양에너지 전문 기업인 퍼스트 솔라의 캘리포니아 토파즈 솔라 팜 발전소를 인수했다.
 
토파즈 발전소는 캘리포니아 1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건설되는 태양광 발전소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소 두 곳 중 한 곳이다.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OCI, 웅진에너지, 넥솔론, 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식이 일제히 오르기도 했으나, 업황 자체의 개선은 아니기 때문에 반짝 상승에 그쳤다.
 
다만 버핏이 기업의 숨겨진 가치를 토대로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가치투자의 귀재인만큼 그의 판단이 태양광에서 얼마나 빛을 발하게 될지 기대된다.
 
◇ 국내업체들, '실적 쇼크'..짙어진 그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자 국내 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이 맞물리면서 개별 기업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OCI(010060)는 1분기 잠정 영업이익 4099억원, 매출액 1조15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7.0%, 51.8%를 기록했으나, 2분기부터 성장세가 눈에 띄게 주춤한 모습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 평균치인 컨센서스보다 2분기 10%, 3분기 13%씩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넥솔론(110570)웅진에너지(103130)는 제품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3분기에 각각 126억원,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화케미칼(009830)도 태양광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의 매출감소와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급감한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수요부족을 초래한 세계 경제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파산·가동중단 속출
 
태양광 업황이 끝모르게 가라앉으면서, 파산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지난 8월 미국의 태양전지 회사 에버그린솔라와 스펙트라와트가 각각 파산보호 신청을 한데 이어 9월에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솔린드라마저 무너졌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또 독일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태양광 모듈 회사인 솔론이 파산을 신청했고, 큐셀은 상반기에 4억62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설이 돌고 있다.
 
특히 초반에는 후방산업인 태양전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했으나, 연말이 가까워지자 전방산업인 폴리실리콘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그동안 폴리실리콘 가격 인하로 수익성 감소를 걱정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의 진앙지였던 중국에서는 최근 두 곳의 폴리실리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3000~5000톤 규모 공장의 가동률은 절반 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 6월부터 모듈을 생산하는 공장 중 제1공장의 가동을 멈춰 50%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신성솔라에너지(011930)도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002380)는 이달 초부터 연산 3000톤 규모의 대죽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을 다른 생산현장으로 재배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태양광 기업에 불어 닥친 한파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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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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