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삼성화재가 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해 3년 동안 사용하면 제품 비용 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는 보험사 인수합병(M&A), 농협보험 분리 등 내년 보험시장이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블랙박스 장착 비용 사실상 삼성화재가 부담
삼성화재는 내달부터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진단서비스 기능을 탑재한 '블랙박스 할인판매서비스'(스마트보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3년 약정'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블랙박스 비용만큼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할인, 사실상 고객으로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블랙박스를 얻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보험 갱신 여부는 1년마다 고객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블랙박스 사용 약정 기간이 3년이어서 고객으로서는 맘에드는 새로운 자동차 상품이 나왔더라도 다른 보험사 상품 가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3년 동안 삼성화재 보험을 가입하면 블랙박스 비용을 그대로 돌려받는 셈이 되지만 보험사를 옮겼을 경우 남은 기간 만큼 블랙박스 사용 비용을 고객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를 핑계로 보험 고객을 3년 동안 묶어두겠단 의도도 깔려있다는 얘기다.
삼성화재와 제휴를 맺은 서울의 한 애니카랜드 사장은 "주행 시 이상 있는 부분을 알려주는 서비스 기능이 탑재된 블랙박스를 삼성화재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라며 "대신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3년 동안은 삼성화재 보험을 유지해야 블랙박스 비용만큼 보험료를 할인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애니카랜드 사장은 "이달 21일부터 출시한다고 했는데 현재 가격 책정 문제로 다음 달로 늦춰진 것 같다"며 "무료가 아닌 보험료를 통한 할인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각변동 예상되는 내년을 위한 '전략'
삼성화재가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장기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보험시장이 M&A 등으로 업계순위가 뒤바뀌는 등 대대적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9월말 현재 18조2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5117억원보다 1조5153억원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로, 보험사 매출액 기준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그린손해보험,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등이 M&A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데다 LIG손해보험도 내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 3월 농협보험이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으로 분리되면서 보험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도 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손보사들 혹은 M&A로 덩치를 키운 손보사들이이 어떤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3년 약정 고객은 삼성화재에게 안정적인 고객이자, 수익원인 셈이다.
특히 삼성화재에서 할인 제공하는 블랙박스에는 주행거리를 기록할 수 있는 자기진단장치(OBD)기능이 있어 최근 손보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마일리지 차보험에 적용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블랙박스에 OBD가 설치돼 있어 주행거리 등이 기록된다"며 "이를 어떻게 자동차보험에 적용할 지는 아직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종 선택은 고객이 하겠지만, 사실상 블랙박스로 고객을 '현혹'하는 것이어서 최소 2년 동안은 고객의 선택권을 뺏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 모(28)씨는 "결국 삼성화재에 3년 동안 보험 계약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블랙박스 비용은 고스란히 지불하는 것 아니냐"며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