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최근 한나라당이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최구식(경남 진주갑)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리자 야권과 일각에서는 '꼬리자르기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탈당을 권유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치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비대위는 지난 27일 디도스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최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를 결정한 바 있다.
그 다음날 최 의원은 전격적으로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당시 황영철 대변인은 "박 비대위원장과 주요당직자가 당 윤리관인 박준선 의원을 통해 비대위의 '탈당 권유' 결정을 전했다"면서 "최 의원도 '당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며 오늘 내일(28~29일)사이 입장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최 의원은 한나라당의 홍보위원장으로 홍보위원장의 (디도스 공격 사건) 관여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에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디도스 국민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적반하장이다. 한나라당은 검증할 자격이 없고 검증받을 대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문제 발생 시 진정성을 보여주기는커녕 희생양만을 배출하는 등 비슷한 사례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여성 비하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일이 더 번지기 전에 자진 탈당해달라고 요구했다. 강 의원 측은 끝까지 사실을 밝히겠다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자 당시 김무성 원내대표는 "남은 절차는 의총을 열어 제명을 의결해야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할 순서"라고 압박했다.
이를 지켜 본 민주당은 강 의원의 제명을 위한 국회 윤리특위 소집을 거듭 촉구, 여야의 다툼이 격화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06년 2월에는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사무총장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등 당직사퇴와 탈당이라는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 여러 번 일어나고 있다"며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 의원의 자진 사퇴 권유 결정은 한나라당 내에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며 "과거 여기자 성추문 사건의 최연희 의원 때도 내치지 못했고, 얼마 전 강용석 의원 탈당 처리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퇴 안은 역대 최고의 강수"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경찰의 축소 은폐수사 의혹이 기정사실처럼 보이는데도 한나라당이 공당의 책임 의식을 앞세우는 진정성을 보여주기는커녕 과거를 답습하는 모습 뿐"이라며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