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애초 지난해 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던 데스크톱PC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끝내 무산됨에 따라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반위는 지난달 13일 제10차 본회의에서 연기됐던 데스크톱PC 등 4개 품목을 연내에 마무리할 것으로 예고했으나, 30일 유기계면활성제와 고압배전반, 저압배전반에 대해서만 사업축소를 권고하고 데스크톱PC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 중기업계 "대기업 시간끌기"
이에 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대기업이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컴퓨터판매조합 이사장은 "적합 업종으로 선정하는 것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도 삼성과 LG 측이 워낙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시기가 연말인 만큼 시간 조율이 어려웠다고 하지만 결국 대기업 측이 의지 자체가 없어 빚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데스크톱PC의 중기 적합업종 선정이 지난해 내내 미뤄진 것은 대기업들이 선정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 분야가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을 빼앗아왔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과 자발적인 조치가 아닌 '권고'로 일이 이뤄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대기업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기업들은 데스크PC의 경우 적합업종 선정이 아닌 동반성장 자율합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부분의 협조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동반위 "오는 19일 결론..또 무산되면 사업조정"
동반위 측에서도 데스크톱PC로 중기적합 선정작업 자체의 모양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자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달 중에 다시 본위원회에서 할 것"이라며 "지난번에는 실무위원회가 아닌 본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려했지만 대기업 위원들과 시간 조율이 어려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동반위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대기업측 위원의 참석이 보장이 없어, 다음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조달시장에서 데스크톱PC 시장 비율을 놓고 중소기업계는 40%, 대기업계는 35% 선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5%의 점유율을 사이에 두고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반위는 이에 따라 대기업측이 계속 비협조적일 경우 '사업조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는 구상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합의를 유도하고 있지만, 대기업쪽에서 협조를 거부하고 거듭 불참하면 사업 조정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에 따라 중기 적합업종 협의 때 조정 등을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