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전산사고를 일으킨 농협이 올해 초 또 다시 전잔장애를 일으키면서 고객들이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24분부터 52분까지 28분 동안 농협 전산망이 작동하지 않아 NH체크카드 승인이 멈췄고 체크카드 고객들의 현금인출 서비스도 이뤄지지 않았다.
◇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농협은 이번 사고는 카드 담당자가 은행 거래 자료를 받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해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전산사고 이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악수가 계속 겹쳐 관련 인력들이 고생한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비효율적인 전산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오류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 거대·복잡한 전산망 원인 분석
금융권이나 전산 관계자들은 농협만의 복잡한 전산 프로그램이 전산장애 빈도수를 높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농협은 5600개에 달하는 지점의 전산과 단위농협, 하나로마트 등의 전산망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사업의 특성상 전산 통합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효율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통합 전산망이 단점으로만 작용할 수는 없고 지난해 4월 문제가 해킹으로 결론난 만큼 전산장애와 맞물렸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농촌 조합원의 경우 농협을 통해 비료구입, 대출, 은행거래 등 모든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분들의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통합 전산망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사업구조가 개편되면 보험이나 은행 등 법인별로 전산을 세부적으로 나눠 각자 책임져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거대 전산망이어서 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북한 소행?..고객 불만 고조
농협의 전산장애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농협의 전산장애 사고는 지난해 4월12일 전산망에 있는 자료가 손상돼 전체 또는 일부 서비스 이용이 마비되면서 시작됐다.
전산망은 사고 발생 후 무려 18일이 지난 4월30일에야 정상화됐다.
게다가 검찰은 이 사건을 '북한의 사이버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해 많은 의문과 논란을 일으켰다.
◇ 지난해 4월 농협 전산망 사고 후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지난해 5월19일에는 오전 9시5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3시간40분 동안 일부 전자금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인터넷뱅킹 업무 중 계좌조회, 거래내역 조회, 카드조회, 여신관련 거래 등이 중단됐고 창구에서도 신규 업무 일부와 대출실행에 차질을 겪었다.
세 번째 전산사고는 지난해 12월2일로 다음날 업무를 위한 전산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 계좌번호 검증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해 인터넷뱅킹과 체크카드 결제 등 일부 서비스가 4시간 가량 중단됐다.
세 번째 장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해 2월3일 오전0시30분부터 약 25분간도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 체크카드 결제 등 일부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 9000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농협을 이용하는 한 고객은 "전산망이 거대해 사고가 빈번하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라며 "전국 단위의 수많은 고객들을 감안하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전산망을 구축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런 일들 때문에 농협이 덩치는 크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선진 금융이 아닌 후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협은 향후 5년간 5100여원을 투자해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