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23)
건설사를 운영하는 정 모씨는 지난 2010년 12월 자신 소유의 경기도 소재 부동산을 담보로 A금융기관(조합)에서 11억원, B금융기관(조합)에서 7억원 등 총 18억원을 대출받았다.
정씨는 대출받은 이듬해인 지난해 3월, 대출 당시 담보로 잡았던 부동산을 팔아 조합들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모두 갚고자 했다. 이자 부담도 심하고 목돈도 필요하던 차에 마침 부동산을 사겠다는 임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씨는 부동산을 사겠다고 나선 김씨와 36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부동산 매입 당일 정씨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8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8억원은 김씨의 주거래은행인 C은행으로부터 매입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김씨에게 지급했다.
정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중도금과 계약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려고 하자 A,B조합은 정씨에게 중도상환수수료 납부를 요구했다.
정씨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출 당시 정씨가 작성한 '대출특약사항 약정서'에 따르면 정씨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출특약사항 약정서'에는 중도상환수수료와 관련해 약정기간 내 타행대환대출시 상환원금의 1.5%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된다고 적혀있었다.
정씨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A, B조합에 돈을 갚은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판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므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조합들은 "중도상환수수료는 모든 금융기관에서 상환사유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특히 대출시 정씨에게 중도상환수수료 내용을 분명히 설명했고, 이번 대출금 상환이 타행대출로 조달된 자금이므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조합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을 말소해 줄 수 없다고 압박했다.
정씨는 결국 중도상환수수료를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해하던 정씨는 납부한 중도상환수수료 반환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분쟁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대출특약사항 약정서' 등에 비춰 볼 때 정당한 것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판단키로 했다.
위원회는 "정씨가 작성한 '대출특약사항 약정서'에 따르면 중도상환수수료는 '타행대환대출'에 의한 중도상환시 부과된다고 돼 있는데 '타행대환대출'은 대출자가 대출받은 금융기관 외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어 "이번 건에서 타행대출자 즉 C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사람은 정씨가 아닌 정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김씨'이고, 정씨는 김씨에게 부동산 매매대금을 받아 대출금을 상환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번 대출금상환을 타행대환대출에 의한 중도상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해당 조합들이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어 이번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도 정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각 금융기관과 대출자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른 것으로 이를 이번 건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부당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 A, B 조합에 대해 각각 1650만원과 1050만원을 정씨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