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통위) ① 정책실패 연속..'혼란 유발자' 노릇만

통신비 인하 실패·통신업계 갈등 증폭·오락가락 정책 등

입력 : 2012-01-10 오후 6:00:01
[뉴스토마토 김하늬·이한승기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설치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년간 주요 정책들이 난맥상을 겪으면서 한계를 노출해 왔다. 특정 매체 지원을 위한 종편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통신분야에서도 주요 정책이 국민적 냉소를 사거나 아예 실현되지 못하는 등 '무능' 논란이 계속됐다. 게다가 최근엔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 정용욱씨의 대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고 휘청대고 있다. 기대속에 출발했지만 결국 침몰로 끝날 운명에 놓인 방통위의 위기 원인과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방통위의 통신정책 가운데 가장 국민적 관심이 컸던 이슈는 통신비 인하 문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통신비 인하는 국민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미쳤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책의 좌충우돌로 통신업계 갈등도 심화됐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해 말 방통위 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방통위가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정책 평균 점수가 5.3점에 그쳤다.
 
특히 '가계 통신비 인하'가 4.2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는 등 국민들은 방통위의 주요정책들을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 통신비 인하 실패
 
지난해 3월 초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6월 "통신비를 계속 내리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제4이동통신사 추진 등의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4이동통신 사업은 무산됐고, 통신3사는 기본료 1000원 인하에 그쳤다.
 
방통위의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소비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지난 달 방통위는 토종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한 제4이동통신 사업자 허가를 신청한 IST와 KMI를 허가법인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방통위가 지난 2년동안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키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제4이동통신이 선정되면 경쟁활성화를 통한 요금이 인하되고, 기존 3사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휴대전화 요금이 기대됐었다는 게 방통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참여가 힘들어 신뢰할 만한 주주구성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음에도 이러한 진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통신사를 만나기는커녕, 갈수록 가계 통신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신3사는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의 기본료 1000원 인하가 시행되면서 기본료 인하가 마무리됐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기본료를 내릴 경우 대규모 매출 감소를 우려해 요금 인하 '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요금 인가 의무가 있는 SK텔레콤이 먼저 '기본료 인하'와 '문자메시지 무료'를 내놓자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통신 3사가 기본료 천원 인하에 문자 50건씩 제공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통신비가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다.
 
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에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LTE요금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통신업계 갈등 증폭
 
방통위는 또 통신정책 현안에서 한계상황을 노출해 갈등을 키웠다. KT의 2G종료로 인한 법원의 제동으로 소비자와 통신사는 큰 혼란을 겪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KT가 세차례에 걸쳐 신청한 2G 서비스 종료에 대해 이용자 보호대책이 미흡하고 잔존가입자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지난해 11월말 2G 종료를 승인하고 12월8일 LTE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정법원의 2G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연기되고 이에 대한 항고심까지 진행되며 잡음이 심했다.
 
결과적으로 KT는 지난 3일부터 단계적으로 2G를 폐지하고 LTE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방통위는 상임위원들의 제대로 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며 방통위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주파수 경매제도 지난해 처음 진행해 주파수 20MHz폭이 1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낙찰되는 등 업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서비스할 수 있는 단말기도 많고 로밍도 쉬워 이통사에서 탐을 내는 주파수인 2.1㎓는 LG유플러스의 몫이 됐고 남은 두 통신사는 1.8㎓와 800㎒ 중 1.8㎓에 대한 경매를 벌였다.
 
경쟁결과 1.8㎓의 20㎒폭은 9950억원에 SK텔레콤이 가져갔지만, KT는 1.8㎓ 입찰을 포기하는 대신 800㎒ 입찰에 참여해 10㎒ 폭을 할당받았다.
 
하지만 이는 경매 시초가인 4450억원에서 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낙찰자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또 상한선 없이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현행 '동시오름' 입찰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 뒷북대책, 미래 내다보지 못한 정책
 
방통위는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소비자들과 업계의 비판을 샀다.
 
방통위는 최근 발표한 2012년 업무계획에서 지난 2007년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국내 업체들만 대상이 돼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계속된 비판에도 유지 방침을 지켜온 인터넷 실명제를 이제야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또 최근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과다하게 사용되면서 일반소비자들이 음성통화 불량이나 데이터 속도 저하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업계는 3G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시행되면서 트래픽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이런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경쟁을 벌인 사업자들도 문제지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인가한 방통위에도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반면 뒤늦게 트래픽 과다 문제를 인식해 LTE요금제에는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자 소비자의 불만은 커졌다.
 
3G에는 제공되는 무제한 요금제가 LTE에는 없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급증해 소비자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애초부터 방통위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무제한 요금제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줬으면 트래픽 문제나 갈등을 상당수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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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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