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또 다시 등장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니라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구호가 그 주인공이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호가 바로 '낡은 정치 청산'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칼럼으로 시작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쇄신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비대위 회의에서 "반드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뤄내겠다"며 "이번 사건을 구태 정치와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 2004년 총선..'천막당사' 정신으로 무장
현재 박 위원장의 행보는 지난 2004년 총선 시기 그가 외쳤던 구호와 오버랩된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사건이 들통나며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박 위원장은 당의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섰다. 그는 여의도 당사 현판을 내리고 천막당사로 옮겨 84일간 각종 개혁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국민여러분이 우리 한나라당에 마음을 열어주시는구나, 하늘이 우리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시는구나 생각했다. 깨끗한 정치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숙하고 불안정한 세력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면 한편에서는 안정세력이 견제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힘을 달라"라며 읍소하기도 했다.
결국 '천막당사'의 정신을 내세우고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박 위원장은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인 121석을 확보했다.
◇ 현실적인 제도개선과 인식전환 필요
민심을 붙들고 금권선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태정치를 뿌리뽑자는 반복된 구호보다 구체적인 제도개선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진정한 의미의 돈봉투라기보다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제도에선 기존 관행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민주통합당의 모바일투표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며 "정치자금의 모집과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던 '오세훈 법' 통과 이후, 음성적인 정치자금은 줄어들었지만, 필요한 정치자금까지 억제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 비용을 국가에서 보조한다"며 "선거법 자체는 물론, 정치자금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에 대해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인간관계와 돈의 힘으로 표를 얻으려고 하는 매관매수 관행이 문제"라며 "잘못된 조직동원 선거의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정치자금을 건냈을 경우, 당과 관련된 직권을 박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내 경선 전과정을 선관위가 위임하도록 하고, 선관위와 검찰이 같이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