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 달래기용이라기 보다는 금융당국에 대해 '인수 속도를 더 내달라'는 요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급작스런 사임 왜?
김 사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대의를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고 밝혔다.
김 사장은 11일 사의 표명 직후 저녁 서울 공평동 SC은행에서 열린 행명 변경식에 참석해 한 인사에게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 인수 후 직원 고용과 관련 "불법을 저지른 사람과 회사에 위해를 가한 사람은 안된다"고 말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런 공개적 발언은 명분이 상당히 떨어진다.
론스타와의 가격재협상을 마친 지난해 12월4일 김승유 회장은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유지하며 고용 문제와 관련해 모든 걸 저희가 껴안고 가겠다"고 말해 사실상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하는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에 대한 반대이지 특정 인사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며 "김 사장이 외환은행 노조를 핑계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와 같은 경영진 내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사장이 김승유 회장을 이을 수 있는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 전격적으로 사의를 결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사장은 "누구와 다투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고 하나금융의 임원들도 이같은 분석을 부정했다.
외환은행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에 대한 마지막 '호소'라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계약만료일은 다음달 29일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5일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 여부 판단 후 인수 승인을 낼 줄 예정이다.
앞서 김승유 회장은 지난 4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29일까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으면 론스타가 우리랑 계약을 재연장하겠느냐"고 말해 계약 파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정치권의 '선(先)론스타 국정감사, 후(後) 외환은행 인수' 요구 등으로 인수가 불확실해지자 결국 김 사장이 자기 자리를 내놓는 배수진을 쳤다는 해석이다.
◇ 포스트 김승유는 누구?
김승유 회장은 오는 3월까지가 임기지만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연임이 가능하다. 2월말까지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지은 후 한 차례 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이후 새 사장을 뽑을지 아니면 신한금융, 우리금융 처럼 지주 사장직을 아예 두지 않을 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포스트 김승유'에는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전 기업은행장)이 유력후보로 떠올랐지만 윤 부회장은 외환은행장으로 낙점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얼마전 까지 은행 유관기관에서 일했던 관(官) 출신 외부 인사가 하나금융에 영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